이상민(36·서울 삼성) 사진 연합뉴스
“시소게임때 오히려 힘 솟아
챔프전서 동부 만나도 자신”
챔프전서 동부 만나도 자신”
“장훈아, 수고했어.”
10일 경기가 끝난 뒤 이상민(36·서울 삼성)은 코트에서 서장훈(34·전주 KCC)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패자’가 된 후배를 그렇게 위로한 이상민은 이제 챔피언결정전(17일부터 시작)으로 발길을 옮기게 됐다.
시즌 전 이상민을 삼성에 내준 케이씨씨는 그 선택이 뼈저리게 후회될 정도로 이상민의 활약을 지켜봐야 했다. 이상민은 4강 플레이오프 3연승을 하면서 경기당 15.67점(1차전 17점·2차전 20점·3차전 10점)을 넣었다. “큰 경기에 강하다”는 평가처럼, 자신의 시즌 평균득점(9.8점)을 크게 상회했다. “시소게임을 벌일 때 오히려 흥분된다”며 웃는 그는 고비마다 노련한 운영과 집중력으로 삼성을 두 시즌 만에 챔피언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혹시 이상민은 자신을 삼성으로 보낸 케이씨씨를 4강에서 꺾기 위해 챔피언전을 앞두고 힘을 너무 소진한 건 아닐까? 안준호 삼성 감독은 “경기마다 20분 남짓만 뛰며 시간조절을 한데다, 이상민이 아니냐”고 했다. 안 감독은 “시즌 전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재활을 하며 체력과 몸상태를 체크했는데, 검사한 안병철 박사가 ‘5시즌은 더 뛰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상민의 근육이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고, 몸의 좌우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며, 무엇보다 경기에서 필요없는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다”는 게 안 감독이 설명한 검사내용이다.
올시즌 대진표 꼭대기까지 오른 이상민도 “팀을 옮겨 성적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3년 만에 챔피언전에 왔으니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며 못 말리는 열정을 드러냈다. 이상민은 “(챔피언전 진출이 유력한) 동부라고 어려울 건 없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동부 카를로스 딕슨이 우리팀 빅터 토마스보다 잘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외국인선수끼리의 맞대결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요즘 농구인들은 6강과 4강 플레이오프 5연승을 거둔 삼성의 상승세라면, 1위 동부도 긴장해야 할 것이란 얘기를 한다.
그 중심엔 시즌 전 케이씨씨를 떠나면서 은퇴까지 고려할 정도로 마음고생을 했으나, 삼성에서 ‘빠른 농구’로 후배들을 이끄는 이상민이 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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