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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삼이형, 그 타이틀 내가 찾아올게”

등록 2008-06-11 19:40

전진만(29·삼성체육관)
전진만(29·삼성체육관)
최요삼 ‘스파링파트너’였던 전진만
그때 그 선수와 WBO 타이틀매치
공사장 일이 쉬는 날이었다. 지난해 12월25일 크리스마스. 텔레비전 속 최요삼은 그가 늘 “부러워하고, 큰 사람”으로 여겼던 ‘요삼이 형’다웠다. “일방적으로 이긴 경기였으니까요. 그런데 경기 끝나고 눈을 보니 혈기넘치던 그 눈빛이 아니었어요.” 형은 영정사진으로 다시 그를 맞았다.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으니까요. 눈물만 흘렀어요.”

전진만(29·삼성체육관)은 최요삼의 생전 ‘스파링 파트너’였다. 경기 몇달 앞두고 이틀에 한번꼴로 최요삼과 6~8라운드 경기를 해주는 것이다. “살살하자고 얘기하지만, 형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고, 내가 그렇게하면 형에게도 마이너스라 실전처럼 했죠.”

전진만은 아시아주니어선수권에 나간 권투 청소년대표였다. 서울시립대에 입학한 2000년 자퇴하고, 서울시청팀에 갔다가 그해 프로로 전향했다. 그 역시 세계챔피언이 꿈이었으나, 경기가 잡혔다가 취소되는 일이 잦았고, 철가방 들고 식당 배달을 하며 운동했던 8년간 8번(6승1무1패) 경기가 전부였다. 그사이 두 체급(플라이급과 슈퍼플라이급) 한국챔피언을 지냈다. 최요삼과는 2000년 만나 8년간 인연을 이어왔다.

그러나 전진만은 지난해 4월 일본에서 열린 동양태평양복싱연맹(OPBF) 슈퍼플라이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왼쪽 눈가가 찢어져 7회 경기가 중단된 뒤 6월 글러브를 벗고 부산 집으로 내려왔다. 폐가 좋지않은 아버지와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를 위해선 다시 막일도 해야 했다. 가슴에 맺힌 게 있다면, 최요삼 마지막 경기의 스파링파트너를 해주지 못하고 귀향한 것이다.

그런 그가 지난 2월 힙합 듀오 리쌍의 최요삼 추모비디오에 ‘요삼이 형’ 대역을 맡게 됐다. 체격과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형 때문에 비디오에서 그토록 내가 하고 싶었던 세계챔피언도 해볼 수 있었죠. 형 덕분에요.” 그의 마음속에 다시 권투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최요삼 친동생 최경호 대표는 오는 9월 최요삼의 마지막 상대였던 헤리 아몰(24·인도네시아)과의 세계복싱기구(WBO) 인터콘티넨탈 플라이급 타이틀매치에 바로 전진만을 세우기로 했다. 이 타이틀은 최요삼이 이기고도 사고를 당하면서 반납한 것이다. 전진만은 이번 주말 서울로 와 9월 경기에 앞서 다음달 열리는 재기전부터 준비하기로 했다.

최요삼 영정사진
최요삼 영정사진
“요삼이 형이 그러셨죠. 할 수 있는 시간, 너에게 주어진 시간이 있을 때 후회없이 하라고요. 형이 저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 같아요. 형 말처럼 내 젊음 링에 쏟아부으려고요. 이번 타이틀을 찾고, 세계챔피언에도 도전해야죠.” 세계챔피언은 한번 그 정상에 올랐다가 잃었던 최요삼이 되찾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다. “세계챔피언은 해야 형이 잔소리 안하고 수고했다고 하지 않겠어요?”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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