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원주 동부)이 지난달 7억1천만원 연봉계약을 하고 프로농구 ‘7억원 시대’를 열었을 때 농구계에선 “주성이라면 받을 만하다”는 얘기가 우세했다. 김주성이 가져가는 몫만큼 같은 팀 다른 선수의 연봉이 좀 줄어들지만, 그래도 김주성이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김주성이 국제무대에서 한국 ‘연봉킹’다운 활약을 펼쳤다.
14일(한국시각)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농구 최종예선 C조 슬로베니아와의 1차전. 상대쪽엔 미국프로농구에서 뛰는 라쇼 네스테로비치(213㎝·토론토 랩터스) 등 2m 넘는 선수가 6명이고, 선수 대부분이 스페인·그리스·폴란드 등 유럽 리그에서 뛴다. 대표팀 관계자조차 “점수가 확 벌어졌을 때 무기력하게 포기하지만 말았으면 좋겠다”고 한 것도 상대가 워낙 강해서였다.
그러나 김주성은 상대를 외곽으로 끌고나와 3점슛 두 개를 넣는가 하면, 골밑에서 리버스 레이업, 장대 숲을 헤치고 파고들어가 속공 골밑슛 등 주눅 들지 않는 모습으로 21점을 넣었다. 이날 김주성보다 많이 넣은 선수는 네스테로비치(26점)뿐. 3쿼터 초반 21점 차까지 뒤졌던 한국이 4쿼터 중반 5점 차로 좁히고, 결국 76-88로 버텨낸 것도 김주성의 플레이가 받쳐줬기 때문이다. 무릎이 아픈 탓도 있지만, 쉬운 골밑슛을 몇 차례 놓친 하승진(0점)이 거의 보이지 않았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김주성은 “우리 선수들이 젊고 의지가 강해 좋은 경기를 했다. 강팀이든 약팀이든 농구는 똑같이 5명이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연습 경기 도중 다친 무릎이 좋지 않고 후반에 체력도 떨어져 아쉬움이 남지만 올림픽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경기였다”고 했다.
12년 만에 올림픽 진출을 노리는 한국(1패)은 15일 슬로베니아(2승)에 70-86으로 진 캐나다(1패)와의 C조 최종전(16일)에서 꼭 이겨야 8강을 넘본다. 12개국이 나온 이번 대회에서 3위 안에 들면 올림픽에 간다. 아테네/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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