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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청각장애 농구선수 미하 주판, 영그는 올림픽 꿈
“눈으로 대화…나라 위해 헌신 기뻐”

등록 2008-07-16 19:34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고 있는 올림픽 남자농구 최종예선에 출전한 슬로베니아의 청각장애 선수 미하 주판(오른쪽)이 지난 14일 한국과의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대한농구협회 제공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고 있는 올림픽 남자농구 최종예선에 출전한 슬로베니아의 청각장애 선수 미하 주판(오른쪽)이 지난 14일 한국과의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대한농구협회 제공
최종예선 슬로베니아 8강 공신
그순간 눈은 소리를 붙잡는 귀가 됐다. 영어 질문을, 슬로베니아 언어로 바꾸는 스태프의 입을 보며 소리를 읽었다. 그 입이 멈추면,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말을 시작했다. “이렇게 천천히 말해주면 모국어를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어요.”

말보다 빠른 공이 오가는 코트에서도 그는 눈으로, 몸으로 동료들과 대화하며 뛴다. “다른 선수보다 훨씬 노력하려고 합니다. 동료들을 도울 수 있어야 하니까요.” 지난 14일 바로 이 선수와 몸을 맞대고 경기한 김주성(원주 동부)은 “청각장애였여요?”라고 놀라워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고 있는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농구 최종예선에 출전한 유럽 강호 슬로베니아의 미하 주판(26·206㎝). 15일 C조 캐나다와의 2차전이 끝난 뒤 만난 그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청각장애를 갖고 자국 농구국가대표(2005년)와 유럽클럽농구대항전 유로리그에 데뷔(2007년)한 세계 최초 선수가 됐다. 보청기를 꽂고 경기에 나오는 그는 ‘삑’하고 울리는 높은 톤의 호루라기 소리를 미세하게 붙잡으며 뛰고, 입모양으로 감독의 말을 이해한다.

청각장애 학교를 다녔던 그는 14살이 돼서야 농구공을 잡았다. 농구코치가 운동장에서 놀던 그를 눈여겨본 뒤 청각장애인농구팀으로 이끈 것이다. 그는 “농구를 통해 말을 더 빨리 배우게 됐다. 곁에 있는 동료들과 코트에서 조금이라도 더 소통을 하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발 움직임과 드리블이 좋고, 센터까지 맡는 장신선수로는 3점슛 능력까지 갖춘 그는 17살에 3부리그와 계약, 19살 1부리그 진입, 2004년 올스타 최우수선수 등을 거쳐 2년 전 슬로베니아 명문클럽 유니언 올림피야에 스카우트됐다. 그는 묵묵히 응원해준 2명의 코치이름을 대며 고마움을 표했고, “어머니가 날 자랑스럽게 여기시는 게 힘이 됐다”고 했다.

한국전에서 10분12초를 뛰고도 11점(6리바운드)을 넣어 승리에 기여한 그는 “청각장애로 여기까지 왔다는 자부심과 국가대표로서 나라에 헌신할 수 있다는 걸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대회 8강에 오른 슬로베니아가 3위 안에 들면, 그는 청각장애 농구선수로 여름올림픽에 나가는 첫 선수가 될 것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하고 싶어했다. “한계란 없어요. 마음 속 꿈을 이루는데는.”

아테네/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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