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첫 금메달을 노리는 유도 60㎏급의 최민호(28·한국마사회)가 5일 오후 베이징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작은거인’(163㎝) 최민호(28·마사회)가 슬리퍼를 신고 입국장으로 들어섰다. 새끼발가락을 흰 붕대가 덮고 있었다. 운동화를 신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한 달 전 훈련하다 다쳤지만 치료됐는 줄 알았는데 염증 때문에 발가락이 다시 부어올라 오늘 새벽 1시부터 잠을 잘 자지도 못했어요. 아침엔 걷기도 힘들었는데, 주사 맞고 고름 빼서, 그래도 붓기가 많이 가라앉았어요.” 뜻밖의 모습으로 나타난 최민호에게 “경기에 지장이 없겠냐”고 물었더니, “괜찮아요. 4년 전과 천지차이예요. 기분도 최고이고, 컨디션도 좋고요.”
4년 전, 최민호는 아테네올림픽 남자 유도 60㎏급에서 확실한 금메달 후보였다. 2003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였고, 상대들은 최민호의 ‘업어치기’에 대비하고도 넘어갈 만큼 그의 기술은 세계적이었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무리한 체중감량에 고전했고, 그 영향 탓에 8강에서 다리에 쥐가 나 누르기 한판패를 당하고 말았다. 패자전을 거친 최민호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대회가 끝난 뒤 상실감에 빠져 술로 몸을 괴롭히며 방황을 하기도 했다.
4년이 흘렀고, 그는 다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남자유도에서 가장 체급이 가벼운 그는 올림픽 둘쨋날인 9일 경기를 갖는다. 같은 날 오전 사격에서 금메달을 놓치면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 기회는 이날 저녁 결승전을 치르는 최민호에게 넘어온다.
5일 베이징 서우두공항으로 입국한 최민호는 “대회까지 2.5㎏ 정도 감량하면 되는데 이번엔 아주 무난한 무게다. 4년 전엔 부담이 컸는데 훈련을 많이 해 (첫 금메달 후보라는) 부담도 없다”고 했다. 안병근 감독은 “4년 전과 비교해 경기 노련미나 경험에서 아주 성숙해졌다”고 기대를 걸었다.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를 누르고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2007 세계선수권 우승자 왕기춘(20·용인대·73㎏급)도 “나 자신만 믿고 한다면 경기 때 걱정이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왕기춘은 “아버지가 베이징에 오실 건데 표를 못 구해 암표를 사신다고 한다. 좀 도와달라”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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