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계순희(30)
북서 가장 유력한 금 후보
여 유도 57㎏급 2회전 패
여 유도 57㎏급 2회전 패
매트를 빠져나와 취재진 앞을 지나치는 북한 계순희(30)의 얼굴과 목이 붉게 상기돼 있었다. “아쉬움이 남죠?”라는 물음에 아무 대답없이 맨발로 라커룸을 향해 걸어갔다. 눈은 바닥을 향해 있었다.
1회전 한판승, 그때만 해도 남자같은 유도를 한다는 계순희다웠다. 지난해 9월 세계선수권 4연패를 이뤘을 당시, 6경기 중 4경기를 한판으로 이긴 계순희는 ‘한판승의 여왕’이란 상까지 받았다. 2회전에서 메달 기대주에도 오르지 않은 바버라 하렐(프랑스)를 만났을 때도 호쾌한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지도 1개씩을 받아 동점이던 종료 1분여 전, 계순희는 상대의 다리들어메치기 기술에 절반을 뺏기고 말았다. 30초, 10초, 시간이 줄어들면서 초조해진 계순희가 달려들었지만, 하렐은 끝까지 저항했다.
11일 베이징 과학기술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여자유도 57㎏급. 북한이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았던 계순희가 초반 탈락했다.
계순희는 17살이던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48㎏급 결승에서 국제대회 84연승을 달리던 일본여자유도 영웅 다니 료코를 꺾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노력영웅, 인민체육인 칭호를 받은 계순희는 세계선수권에선 2001년 52㎏급, 2003년·2005년 대회에선 57㎏급 우승 등 체급을 넘나들며 매트를 장악했다. 2006년 2월 리명수체육단 김철 감독과 결혼한 계순희가 그해 말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는 말이 나왔을 때, “이제 세계제패는 힘들다”는 비관론도 있었다. 하지만 계순희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또 우승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유연성이 무뎌진 것 같다는 평을 들었던 계순희는 4회 연속 출전한 베이징올림픽에서 북한 스포츠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2개 획득의 기회를 놓치게 됐다. 계순희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52㎏급 동메달, 2004년 아테네올림픽 57㎏급 은메달을 땄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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