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프스 너무 빨라 한숨밖에 안나와”
격전을 치른 뒤 ‘믹스트 존’(기자들과 선수가 만나는 지역)에서 만난 박태환의 표정은 너무 밝았다. 그는 웃으면서 “펠프스가 턴하는 동작을 보니 너무 빨라 솔직히 말해 한숨 밖에 안나왔다”고 했다. “ 펠프스와 함께 결승에서 레이스를 펼친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그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엄청난 경험이 되는 것 같다.”
박태환은 이후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훈련 파트너, 대표팀 동료들에게 거듭 감사한다고 말하는 등 매우 성숙된 모습도 보여줬다. 자신의 이날 은메달 기록(1분44초85·아시아기록)에 대해선 무척 만족해했다. “너무나 좋은 기록이 나왔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여러분이 성원해준 덕분이다. 200m에서는 메달을 기대 안 했다. 은메달은 과분한 성적이다.”
경기 뒤 펠프스와는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박태환은 “‘세계신기록 내서 축하한다. 8관왕이 쉽지 않은 목표인데, 이뤄지면 좋겠다’고 얘기해줬다”고 했다. 피터 반더카이에게도 “펠프스가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날 레이스 작전도 털어놨다. “내 기록 당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최선을 다했다.”
4년 뒤 런던올림픽에서의 남자 자유형 200m 금메달 가능성에 대해서는 “레이스를 잘 펼쳐 펠프스를 저지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 한국 기자나 외신이 (나를) 펠프스의 8관왕을 저지할 선수라고 썼는데 감사한다. 그런 얘기 듣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러나 200m에서는 아직 실력이 안된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얻은 것은 자신감이라고 했다. “아테네올림픽 때는 긴장한 탓인지 실수를 많이 했다. 이후 엄청난 국제대회 나가면서 나름대로 자신감이 생겼다.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
베이징/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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