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철이 12일 중국농업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그레코로만형 55kg급 시상식에서 동메달과 꽃다발을 들고 서 있다. 베이징 연합
천적 수리안 눌러
상대가 하필이면 수리안 레이한푸르(이란)였다. 국제대회에서 맞붙어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천적. 그래서인가, 박은철(27·주택공사)은 전의가 불타 올랐다. 4강전에서 나지르 만키에프(러시아)에 패한 것을 분풀이라도 하듯이 박은철은 2-0으로 수리안을 제압했다. “4강전에서 지고 금메달을 놓쳤다고 생각하니 의욕이 떨어졌는데, 동메달 결정전 상대가 수리안이 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말 그대로였다.
박은철은 12일 베이징 중국농업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그레코로만형 55㎏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선수권 3연패에 빛나는 수리안을 누르고 한국 레슬링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다. 박은철은 1라운드를 방어 점수로 이긴 뒤, 2라운드에서는 2점을 먼저 뺏겼지만 종료 30초 전 옆굴리기로 동점을 만들어 승자가 됐다. 올림픽을 앞두고 수리안에 대비한 훈련을 철저히 했던 게 동메달 결정전에서 통했다.
박은철은 “상대가 수리안이 아니었다면 동메달도 따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레코로만 55㎏급 결승에서는 박은철을 4강에서 꺾고 올라간 만키에프가 로프샨 바이라모프(아제르바이잔)를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대를 모았던 그레코로만형 60㎏급 정지현(25·삼성생명)은 8강전에서 누르바키트 텐기즈바예프(카자흐스탄)에 패해 아테네 올림픽에 이은 대회 2연패 꿈이 좌절됐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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