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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감격의 한마디속 그나라 풍토 있네

등록 2008-08-16 10:40

중국·북한 선수 소감엔 ‘국가주의’ 비쳐
한국 선수들은 ‘개인적 행복’ 내용 많아
14일 여자 양궁 개인전이 열린 베이징 그린경기장. 세계 최강인 한국 선수 3명을 연파하고 우승을 차지한 중국의 장쥐안쥐안이 오성홍기를 들고 환호했다. 장쥐안쥐안은 “오늘 승리는 혼자 한 게 아니다. 이 승리는 중국인의 것”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선수들의 메달 소감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가 읽힌다. 특히 중국 선수들에게서는 개막식을 통해서도 표출됐던 ‘위대한 중국’이라는 ‘중화주의’가 물씬 풍겨난다. 지난 12일 사격 남자 50m 권총에서 동메달을 따낸 탄종랑은 “13억 인구 중 나처럼 연속으로 올림픽에 나가는 행운을 누린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만약 내 조국이 더 하라고 하면 나는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여자 역도 63kg급의 박현숙은 인터뷰에서 ‘장군님’을 연발했다. 박현숙은 “위대한 장군님이 경기를 지켜본다는 생각에 마지막 순간 (역기를) 들어올렸다”며 “체육 선수로서 우리나라에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장군님=국가’이고, 이를 위해 운동을 한다는 북한식 전체주의의 단면을 드러낸 소감이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국가보다는 개인적인 행복을 얘기한다. 경기 전날 29번째 생일을 맞았던 최민호는 “2003년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강한 정신력으로 우승했다면 이번은 훈련 그 자체가 행복의 연속이었다. 금메달은 내 생일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최민호는 “아테네올림픽 동메달도 기분이 좋았는데, 한국에 와보니 주위의 반응과 대우가 그게 아니었다. 그때 금메달과 동메달의 차이를 알게 됐다”며 금메달 지상주의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사격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진종오도 인터뷰 때마다 “아내를 만나고 싶다”고 했고, 유도의 장성호도 “폐막식이 아내 생일이어서 메달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국가가 아닌 아내에게 미안함을 나타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개선한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가 “이 값진 금메달을 조국과 국민에게 바친다”고 말했던 비장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번 올림픽에서 수영 2관왕을 달성한 일본의 수영영웅 기타지마 고스케는 “기록은 나의 힘과 노력, 열정 이런 것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다른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노력을 강조하는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스포츠평론가 정윤수씨는 “과거에는 금메달을 따면 나라가 모든 것을 보상해준다는 생각에 스포츠 국가주의가 일방적으로 주입되며 맞아가면서까지 운동을 했지만, 최근 5~10년 사이에 문화적 민주주의가 확산되면서 자기가 좋아서 하는 운동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국가주의를 탈피한 우리 선수들의 모습은 문화적 다양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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