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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동메달 황지만·이재진, 효심은 `금메달’

등록 2008-08-16 14:57수정 2008-08-16 22:44

2008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에서 ‘동메달전’에서 이재진 선수가 셔틀콕을 받아내고 있다. (AP/연합)
2008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에서 ‘동메달전’에서 이재진 선수가 셔틀콕을 받아내고 있다. (AP/연합)
고향짝꿍, 같은 초·중·고 거친 ‘친구같은 선후배’

‘황’ 고인된 어머니, ‘이’ 다친 아버지 생각 간절
태극기를 몸에 두른 황지만(24·강남구청)의 턱에 수염이 덥수룩했다. “시합을 앞두고 몸에 칼을 대면 안 좋을 것 같아서요.” 유쾌한 성격의 황지만의 눈에도 물기가 스며든 건 어머니를 말하면서 부터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저 먼 곳으로 간 어머니, 아들 곁을 떠나가는 어머니의 가녀린 손을 잡아주지 못했던 그날을 차례차례 떠올리면서 황지만은 눈물을 참으려는 듯 잠시 고개를 들었다.

“자궁암으로 시작해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되셨어요. 1년 반 투병생활을 하셨어요.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신 다음날 학교로 와서 전지훈련을 떠났는데 그 다음날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어요.” 황지만은 “이런 날 어머니가 계셨으면 좋아하셨을 것 같다”고 했다.

16일 베이징공과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복식 덴마크 파스케-라스무센(세계 5위)와의 3·4위전. 파스케-라스무센은 한국의 금메달 후보였던 정재성-이용대를 1회전에서 누른 선수들이다. 1세트는 13-21로 쉽게 내줬다. 황지만의 2년 선배 이재진(밀양시청)은 “4강에서 지고 선수촌으로 돌아와서 기분이 안 좋았지요. 하지만 경기 전에 지만이하고 ‘우리 잘 해보자’ 얘기하고 나왔어요. 2세트부터 더 집중하니까 저쪽도 당황하더라고요.”

과연 그랬다. 파스케-라스무센의 강한 스매싱을 둘이 척척 받아내기 시작했다. 앞으로 쓰러지며 걷어내기도 했고, 도저히 받을 수 없은 공간으로 셔틀콕을 찔러도 어느새 그곳으로 발을 움직여 되받아치자, 덴마크의 라켓도 조금씩 흔들렸다. 2세트 15-18로 뒤진 위기에서도 황지만의 스매싱과 이재진의 네트 플레이로 21-18로 뒤집으며 세트 균형을 맞췄다.

18-14로 앞서던 3세트 후반. 상대의 스매싱을 받기 위해 급히 쫓아가던 황지만이 공이 나간 것으로 생각해 잠시 멈칫하며 라켓을 거둬들이다, 공이 안쪽으로 떨어질 듯 하자 빠르게 공을 걷어올렸다. 공은 1.5 네트 바로 위로 떠올랐고, 상대는 기다렸다는 듯 강한 푸시로 밀어넣었다. 그 공은 한국쪽 코트 바닥을 찍으며 점수가 되어야 했지만, 이재진이 반사적으로 공을 받아냈고, 그 공은 상대 빈공간으로 날아가 떨어졌다. 공을 향한 둘의 집중력이 이날 얼마나 높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20-17에서 상대의 서브가 밖으로 나가는 것이 확인된 순간, 황지만은 코트에 누워 팔을 번쩍 들었고, 이재진은 그런 황지만의 얼굴을 잡고 흔들다 함께 힘든 순간을 견뎌낸 고향 동생을 꼬옥 껴안아줬다.

둘은 평소 “친구같은 선후배”라고 말한다. 1983년 1월생인 이재진이 밀양초·중·고교를 2년 먼저 거쳐갔고, 그 학교를 황지만이 그대로 밟아갔다. 대학이 갈렸으나, 둘은 2003년 국가대표 남자복식조로 또 만났고, 2005년 잠시 짝꿍을 바꿨다가, 2006년 고향 선후배 복식조로 재결합했다.

이재진은 “그때 지만이를 봤을 때 또래보다 참 잘하는 아이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 지만이를 만나 복식조를 이룬 것도 복이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황지만은 “형이 그때 참 개구쟁이같았다. 형이 늘 편하게 대해준다”고 했다.


이재진은 “아버지가 얼마전 벌초를 하시다가 예초기에 다리를 많이 다치셨는데 좋아지시긴 했지만, 지금도 조금 절룩거리신다. 부모님이 힘드신데도 늘 응원을 해주셨다. 4강전에서 진 뒤에도 ‘수고했다. 3·4위전에서도 잘 하라’는 문자를 보내주셨다. 누구보다 부모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몸에 태극기를 두른 같은 고향 형,동생은 서로의 등을 두드려주며 동메달을 일궈낸 코트를 빠져나갔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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