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베이징 항공항천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역도 69kg급 용상에 출전한 이배영선수가 186kg 1차시기에 실패하고 있다.(실격)/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f
쓰러지면서도 역기 놓지않았던 이배영…
부러진 갈비뼈로 한판패 눈물의 왕기춘…
부러진 갈비뼈로 한판패 눈물의 왕기춘…
‘아….’ 박경모(33·인천계양구청)의 11번째 화살이 8점에 꽂혔다. 질끈 눈이 감겼다. 생일을 맞아 “두달 전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나를 낳아주신 날 금메달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던 그다. 결국 역전패. 하루전 같은 곳에서 박성현(24·전북도청) 마저 똑같은 11번째 8점을 쏴 여자 양궁대표팀도 24년 동안 이어오던 여자 개인 올림픽 금메달 행진을 멈췄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승자의 환호 속에 묻힌 안타까운 탄성이 이어졌다.
“더는 올림픽에 못 나설 것 같다”던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은 역기를 든 채 무릎을 꿇었다. 은메달 이상이 유력해 보였는데, 종아리에 쥐가 나는 뜻밖의 부상을 당했다. 수없이 바늘로 찔러도, 단단히 굳어버린 종아리는 피조차 나오지 않았다. 역기를 들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내 자신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며 그는 경기장에 나섰다. 아픈 몸이 체중의 두배를 넘는 역기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지만, 그의 아쉬움은 쓰러진 뒤에도 끝내 역기를 놓아주지 않았다.
유도 왕기춘(20·용인대)은 “너무 허무하게 져서 죄송하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금메달을 딸 거라는 기대를 받던 이원희를 꺾고 올림픽에 왔는데 결승에서 한판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왕기춘은 8강에서 갈비뼈 조각이 떨어져나갔다. 곧 뼈가 폐를 찌를 위기 상황 앞에서 통증을 견뎌내며, 그 몸으로 결승까지 올라왔다. 이원희는 안타까움을 참지 못하는 그에게 말했다. “고개 숙이지마.”
권투 김정주(27·원주시청)는 이번엔 왼손 뼈에 금이 갔다. 이 손으로 준결승 상대 바히트 사르세크바예프(카자흐스탄)의 안면과 복부에 여섯 번의 유효타를 꽂았다.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 대신 자신을 키워준 누나와 그의 조카에게 꼭 금메달을 걸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10번의 유효타를 내주면서, 4년 전 갈비뼈 부상 속에 따냈던 동메달을 다시 목에 걸었다.
이밖에도 육상 400m에선 미국 남·녀 계주팀이 나란히 바통을 넘겨주다 떨어뜨려 금메달이 좌절됐다. 누구보다 안타까울 선수들은 “최고라는 선수들이 마치 고교 대회에서 경주하는 사람처럼 바통을 떨어뜨렸다”는 비난까지 떠안아야 했다. 중국의 ‘황색탄환’ 류샹은 발뒤꿈치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110m 허들에 출전했지만, 절뚝거리며 경기 시작 전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미 경제주간지 포브스로부터 ‘최악의 패배자’로 꼽혀 중국 13억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사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왕기춘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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