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23일 헝가리를 33-28로 누르고 동메달을 따내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핸드볼 눈물바다
오영란…오성옥…허순영…
마지막이니까…
종료 50초…30초…10초전
경기장은 온통 눈물 범벅
‘우생순’ 2탄은 그렇게 끝났다 아 마지막이구나…
뛰면서도 선수촌 카페에서도…
어렸을 땐 하라고 해도
하기 싫을 때도 있었는데
이젠 하고 싶어도 할수 없다 경기 종료 50초 전. 임영철 감독이 작전타임을 불렀다. 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3-4위 결정전. 한국이 이미 33-28로 헝가리를 5점 차로 크게 앞서 있는 상황이었다. 별다른 작전 변경이 없어도 동메달은 확정적이었다. 임 감독의 입에선 예기치 않은 말이 흘러나왔다. 마지막 50초를 뛸 선수들의 이름이 하나씩 불려진 것이다. “오영란” “오성옥” “허순영” “홍정호” “박정희” …. 모두 엄마 선수, 고참 선수들이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더는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없는 선수들에게 마지막 순간을 뛰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12살 아들을 둔 오성옥(36)이 임 감독에게 말했다. “감독님, 안 그러셔도 돼요.” 하지만 임 감독은 고개를 흔들었다. 후배들에게 이해도 구했다. “주부 선수들, 30대 선수들을 데리고 엄청난 훈련을 했습니다. 이제 이 선수들은 올림픽에 더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선수들입니다. 그들에게 피날레를 장식하도록 해주고 싶었던 겁니다.” 전광판 시계가 50초에서 30초, 10초로 점차 줄어들면서 아줌마, 고참 선수들의 눈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박정희(33)는 그 순간 주저앉았다. 대회 도중 다치고도 견뎌낸 발목이 아파서가 아니라 눈물이 그를 주저앉혔다. 부상이 잦았던 그에게는 올림픽 첫 메달이다. 그걸 아는 홍정호(34)가 다가와 그를 꼬옥 안아줬다.
21개월 된 딸 서희를 시가에 맡기고 온 골키퍼 오영란(36)은 “딸과 많이 함께하지 못해 미안했다. 금메달은 아니지만, 서희가…”, 그러면서 눈물이 또 눈물을 끄집어내더니, “엄마의 동메달을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에 내가 코트에 나갔는데, (후배 골키퍼) 민희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7m 던지기를 전담한 홍정호는 “10대 때 올림픽에 나오고, 20대 때 또 올림픽에 나오고, 30대 때 또 올림픽에 나와 모두 메달을 따게 됐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오성옥은 가장 늦게 빠져나왔다. “아들이 한국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엄마가 한 골 한 골 넣는 걸 봤다고 한다. 떨어져 지냈지만, 최선을 다한 엄마의 모습이 아이에게도 교육이 됐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5번 올림픽에 나와 금·은·동을 다 딴 선수가 됐다. 그는 “금메달 못지않은 동메달을 따게 돼 후배들에게 큰절이라도 하고 싶다.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올림픽에 오기 전, 고참 선수들과 같이 이런 얘기를 했다. 뛰면서도 아, 이게 마지막이구나, 선수촌 앞 카페에 가서도 여기도 마지막이구나, 모든 게 다 마지막이구나…. 어렸을 땐 하라고 해도 하기 싫어서 안 할 때도 있었는데, 이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 됐다”고 했다. 대회 직전 연습경기에서 코뼈가 부러지고도 수술을 미뤘던 허순영(33)도, 오영란도, 오성옥도 이제 국가대표와 이별을 고한다. 오성옥이 떠나가는 바로 그 자리, 이번 대회에서 희망을 보여준 ‘88둥이’ 김온아(20)가 물려받는다. 임영철 감독은 “우리 여자핸드볼, 어떤 선수가 하더라도 지금처럼 투혼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마지막이니까…
종료 50초…30초…10초전
경기장은 온통 눈물 범벅
‘우생순’ 2탄은 그렇게 끝났다 아 마지막이구나…
뛰면서도 선수촌 카페에서도…
어렸을 땐 하라고 해도
하기 싫을 때도 있었는데
이젠 하고 싶어도 할수 없다 경기 종료 50초 전. 임영철 감독이 작전타임을 불렀다. 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3-4위 결정전. 한국이 이미 33-28로 헝가리를 5점 차로 크게 앞서 있는 상황이었다. 별다른 작전 변경이 없어도 동메달은 확정적이었다. 임 감독의 입에선 예기치 않은 말이 흘러나왔다. 마지막 50초를 뛸 선수들의 이름이 하나씩 불려진 것이다. “오영란” “오성옥” “허순영” “홍정호” “박정희” …. 모두 엄마 선수, 고참 선수들이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더는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없는 선수들에게 마지막 순간을 뛰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12살 아들을 둔 오성옥(36)이 임 감독에게 말했다. “감독님, 안 그러셔도 돼요.” 하지만 임 감독은 고개를 흔들었다. 후배들에게 이해도 구했다. “주부 선수들, 30대 선수들을 데리고 엄청난 훈련을 했습니다. 이제 이 선수들은 올림픽에 더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선수들입니다. 그들에게 피날레를 장식하도록 해주고 싶었던 겁니다.” 전광판 시계가 50초에서 30초, 10초로 점차 줄어들면서 아줌마, 고참 선수들의 눈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박정희(33)는 그 순간 주저앉았다. 대회 도중 다치고도 견뎌낸 발목이 아파서가 아니라 눈물이 그를 주저앉혔다. 부상이 잦았던 그에게는 올림픽 첫 메달이다. 그걸 아는 홍정호(34)가 다가와 그를 꼬옥 안아줬다.
21개월 된 딸 서희를 시가에 맡기고 온 골키퍼 오영란(36)은 “딸과 많이 함께하지 못해 미안했다. 금메달은 아니지만, 서희가…”, 그러면서 눈물이 또 눈물을 끄집어내더니, “엄마의 동메달을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에 내가 코트에 나갔는데, (후배 골키퍼) 민희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7m 던지기를 전담한 홍정호는 “10대 때 올림픽에 나오고, 20대 때 또 올림픽에 나오고, 30대 때 또 올림픽에 나와 모두 메달을 따게 됐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오성옥은 가장 늦게 빠져나왔다. “아들이 한국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엄마가 한 골 한 골 넣는 걸 봤다고 한다. 떨어져 지냈지만, 최선을 다한 엄마의 모습이 아이에게도 교육이 됐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5번 올림픽에 나와 금·은·동을 다 딴 선수가 됐다. 그는 “금메달 못지않은 동메달을 따게 돼 후배들에게 큰절이라도 하고 싶다.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올림픽에 오기 전, 고참 선수들과 같이 이런 얘기를 했다. 뛰면서도 아, 이게 마지막이구나, 선수촌 앞 카페에 가서도 여기도 마지막이구나, 모든 게 다 마지막이구나…. 어렸을 땐 하라고 해도 하기 싫어서 안 할 때도 있었는데, 이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 됐다”고 했다. 대회 직전 연습경기에서 코뼈가 부러지고도 수술을 미뤘던 허순영(33)도, 오영란도, 오성옥도 이제 국가대표와 이별을 고한다. 오성옥이 떠나가는 바로 그 자리, 이번 대회에서 희망을 보여준 ‘88둥이’ 김온아(20)가 물려받는다. 임영철 감독은 “우리 여자핸드볼, 어떤 선수가 하더라도 지금처럼 투혼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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