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체육회 핸드볼팀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 손을 모으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무안/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애 키우다…직장 다니다… 헤쳐모인 전남체육회 핸드볼팀
지난달 말 소집뒤 실업대회 출전
10월 전국체전 참가목표 ‘구슬땀’
지난달 말 소집뒤 실업대회 출전
10월 전국체전 참가목표 ‘구슬땀’
“걱정이 태산이다.” “거품 물고 뛰자.” “힘들면 말하자, 서로 바꿔주게.” “창피 당하지 말아야 하는데….”
후배들의 수다가 한창일 때, 7년 만에 유니폼을 입어본다는 맏언니 박선영(29)이 전화를 걸었다. “서방….” 경기 직전 남편을 찾은 그는 4살 딸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경기에 나선 아기 엄마다. 초당대학교까지 핸드볼을 하고 그만뒀다. 딸이 쫓아올까봐 엄마의 코트 복귀는 비밀에 부쳤다. 남편은 “너, 주전자지(후보)?”라며 웃기만 했다. 정아진과 오아름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신세대 스타로 떠오른 김온아(20)와 무안 백제고 동기다. “운동하는 게 힘들었고, 비전도 없을 것 같고, 다른 일도 하고 싶어서” 더는 핸드볼을 하지 않았다. 이젠 대학에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지만 그래도 김온아와 함께 전국 우승을 일궜던 주역들이다.
골대 앞에 선 19살 김지해는 고등학교 2학년까지 골키퍼를 하다가 운동부를 나왔다. “하나도 못 막을 것 같다”며 손으로 입을 가리며 쑥쓰럽게 웃었다. “부상 탓에” “공부가 하고 싶어” 핸드볼을 접은 그들에게 전남 체육회가 전화를 걸었다. “10월 전국체전 출전을 목표로 한번 모여보자”는 것이었다. 고향 전라도에서 전국체전이 열리니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자는 뜻이었다. 19살부터 29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10명은 학교에서, 직장에서, 집안일을 하다가 그렇게 전화를 받고 하나둘 모여들었다. ‘외인부대’의 첫 모임은 8월31일. 공도, 미끄러지지 않게 손에 바르는 왁스도, 모두 오랜만이었다. 오아름은 “정식으로 선수생활을 하는 건 아니지만, 예전에 학교친구들과 같이 운동했던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딱 5일간 손발을 맞춘 이들이 4일 전남 무안 목포대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실업핸드볼대회에 나왔다. 전국체전에 앞서 예전의 감각을 깨우기 위해서였다. 조별리그 첫 경기 상대는 대구광역시청. 국가대표 안정화와 송해림이 있는 강팀이다. 아기 엄마 박선영이 ‘7m 던지기’를 성공시키고, 하나도 못 막을 것 같다던 골키퍼 김지해가 강슛을 막아 2-3으로 초반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조금씩 점수가 벌어졌고, 전남체육회 ‘10인’은 전후반 60분 동안 14골을 넣고, 43골을 내줬다.
아기를 낳고 이렇게 많이 뛴 적이 없는 박선영은 “실력차가 나서 어쩔 수 없었지만 열심히 뛰었으니 만족한다”고 했다. 이제 이들은 조별리그 2경기가 더 남았고, 이것이 끝나면 다시 엄마로, 직장인으로 돌아간다. 전국체전 직전 다시 모일 그들의 목표는 “창피당하지 않게 열심히 뛰는 것”, “10점차 안으로 지는 것”이다.
무안/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올림픽 감동 외면한 ‘그들만의 핸드볼’ 코트 열악·낮시간 열려 ‘썰렁’
부상 위험에 선수들도 불만 “왜 이런 데서 경기하는지 모르겠어요. 체육관도 좁고.” 남자국가대표로 베이징올림픽에 다녀온 한 선수가 경기에 나서며 한숨을 쉰다. 체육관 옆 주차장에서 동료들과 공을 던지며 몸을 풀다가 막 들어온 직후였다. 햇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팀도 있었다. 달리 몸을 풀만한 실내공간이 없어서다. 또다른 국가대표는 “체육관도 덥고, 미치겠어요”라며 웃는 듯 마는 듯 했다. 전반전이 끝난 뒤엔 비좁은 선수대기실 대신 복도 구석에서 유니폼 상의를 벗고 땀을 식혔다. 2008 코리안리그 전국실업핸드볼대회 첫날 경기가 열린 4일 전남 무안 목포대체육관. 이곳에서 올림픽 감동 ‘그후’가 펼쳐졌다. 목포터미널에서 내려 1만원이 넘는 택시요금을 내고 무안으로 경계를 넘어와야 팬들의 접근이 가능한 곳이었다. 개회식에 맞춰 동원된 중학생들이 빠져나간 체육관엔 올림픽 이전에도 그랬듯 경기없는 선수들, 관계자, 잠시 들른 목포대 학생 등 수십명만 관중석을 차지했다. 경기 코트 사이드가 관중석 난간과 맞닿아있어 선수들의 부상위험도 있었다. 환풍도 거의 되지 않아 실내는 후끈후끈했다. 개회식에서 임영철 감독, 오영란, 문필희, 김온아(이상 벽산건설) 등 여자국가대표들도 거의 볼 수 없었다. 소속팀 연고지인 인천시장이 오찬을 하겠다며 인천으로 불러서다. 실업핸드볼연맹쪽은 “지방에도 핸드볼 경기를 접하게 하고, 올해 10월 전국대회를 이 경기장에서 하기 때문에 리허설 성격도 있다. 이미 무안에서 대회를 유치했기 때문에 장소변경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선수들도 그 명분은 이해하지만, 경기장소가 열악한데다 무안주민들도 보기 힘든 낮 시간에 치러져 또 ‘우리만의 경기’가 되는 걸 안타까워했다. 수천명, 1만여명이 운집하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3년간 활약하고 이날 화려한 국내복귀전(7골)을 치른 윤경신(35·두산)은 “팀들의 수준이 예전보다 향상돼있어 나도 놀랐다. 독일에선 훈련할 때도 팬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오늘 경기보다 관중이 많다. 그걸 감수하고 왔다. 나도 대학원 공부를 하고 아내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제2의 인생을 보내기 위해 복귀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산은 이날 상무를 21-14로 이겼다. 무안/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2008 다이소배 전국실업핸드볼대회가 열린 4일 전남 무안 목포대체육관에는 학교응원단을 제외한 일반관중이 거의 찾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에서 경기가 진행됐다. 무안/연합뉴스
올림픽 감동 외면한 ‘그들만의 핸드볼’ 코트 열악·낮시간 열려 ‘썰렁’
부상 위험에 선수들도 불만 “왜 이런 데서 경기하는지 모르겠어요. 체육관도 좁고.” 남자국가대표로 베이징올림픽에 다녀온 한 선수가 경기에 나서며 한숨을 쉰다. 체육관 옆 주차장에서 동료들과 공을 던지며 몸을 풀다가 막 들어온 직후였다. 햇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팀도 있었다. 달리 몸을 풀만한 실내공간이 없어서다. 또다른 국가대표는 “체육관도 덥고, 미치겠어요”라며 웃는 듯 마는 듯 했다. 전반전이 끝난 뒤엔 비좁은 선수대기실 대신 복도 구석에서 유니폼 상의를 벗고 땀을 식혔다. 2008 코리안리그 전국실업핸드볼대회 첫날 경기가 열린 4일 전남 무안 목포대체육관. 이곳에서 올림픽 감동 ‘그후’가 펼쳐졌다. 목포터미널에서 내려 1만원이 넘는 택시요금을 내고 무안으로 경계를 넘어와야 팬들의 접근이 가능한 곳이었다. 개회식에 맞춰 동원된 중학생들이 빠져나간 체육관엔 올림픽 이전에도 그랬듯 경기없는 선수들, 관계자, 잠시 들른 목포대 학생 등 수십명만 관중석을 차지했다. 경기 코트 사이드가 관중석 난간과 맞닿아있어 선수들의 부상위험도 있었다. 환풍도 거의 되지 않아 실내는 후끈후끈했다. 개회식에서 임영철 감독, 오영란, 문필희, 김온아(이상 벽산건설) 등 여자국가대표들도 거의 볼 수 없었다. 소속팀 연고지인 인천시장이 오찬을 하겠다며 인천으로 불러서다. 실업핸드볼연맹쪽은 “지방에도 핸드볼 경기를 접하게 하고, 올해 10월 전국대회를 이 경기장에서 하기 때문에 리허설 성격도 있다. 이미 무안에서 대회를 유치했기 때문에 장소변경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선수들도 그 명분은 이해하지만, 경기장소가 열악한데다 무안주민들도 보기 힘든 낮 시간에 치러져 또 ‘우리만의 경기’가 되는 걸 안타까워했다. 수천명, 1만여명이 운집하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3년간 활약하고 이날 화려한 국내복귀전(7골)을 치른 윤경신(35·두산)은 “팀들의 수준이 예전보다 향상돼있어 나도 놀랐다. 독일에선 훈련할 때도 팬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오늘 경기보다 관중이 많다. 그걸 감수하고 왔다. 나도 대학원 공부를 하고 아내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제2의 인생을 보내기 위해 복귀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산은 이날 상무를 21-14로 이겼다. 무안/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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