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을 때의 윤경신(왼쪽)-경민형제 <한겨레> 자료사진
실업핸드볼 8골 작렬…두산, 윤경민의 하나은행 눌러
형제간의 첫 맞대결은 형이 독일에서의 인기를 뒤로 하고 올해 국내복귀를 결정하면서 이뤄졌다. 형은 1996년 독일로 진출해 12년간 7번 득점왕에 올랐다. 2908골로 분데스리가 득점 최다신기록도 세웠다. “사람이 아니라 로켓같다”는 현지언론의 평가는 그래서 나왔다. 독일에서 여행사·은행의 광고모델이었고, 나이키·아디다스 등 용품업체들의 후원도 줄을 이었다. 소속팀 독일 함부르크SV도 더 뛰어주기를 원했다. 그러나 “독일에서 훈련할 때 구경오는 팬들보다 더 관중이 적다”는 한국을 택했다. “대학원 공부도 하고 싶고, 국내에 핸드볼을 더 알리고 싶다”는 이유였다. 줄어든 연봉도 감수했다.
이번 맞대결은 여섯살 밑 동생이 “형이 너무 멋있어” 핸드볼을 시작하면서 예고된 것이었다. “큰 무대에서 형과 쌍벽을 이루고 싶었다”는 동생은 국가대표로 형과 나란히 베이징올림픽에도 다녀왔다.
그 형제가 서로 마주섰다. 키 1m93, 오른손잡이인 동생은 “핸드볼스타 형과 비교당하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싫어하고, “운동 제일 잘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좋아하는 승부욕 강한 선수다. 키 2m3, 왼손잡이인 형은 경기 전 “동생이 내 스타일을 잘 알고 있지만 이기려고 노력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5일 전남 무안 목포대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실업핸드볼대회 남자부 조별리그 이틀째 하나은행과 두산의 경기. 두산 코치보다 한살 많은 윤경신(35)은 ‘월드스타’다웠다. 9m 밖에서도 그냥 서서 던져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에 동생이 주로 벤치를 지키는 사이, 형은 4골을 넣어 11-10 리드를 이끌었다. 동생 윤경민의 첫골은 후반 10분 만에, 바로 형을 앞에두고 터졌다. 형이 두 손까지 치켜들고 막고 있는데 그 빈틈으로 슛을 던져 14-13, 1점 차 추격골을 만들었다.
동생은 후반 15분 15-15 동점골까지 넣어 승부를 접전으로 몰고갔다. 그러나 형이 종료 2분48초를 남기고 두 손을 들고 버틴 동생의 방어를 뚫고 19-17로 내빼는 골을 넣었다. 이게 동생의 추격을 뿌리친 골이 됐다. 윤경민은 종료 직전 상대선수와 욕설을 주고받다 발차기로 몸싸움을 벌여 퇴장도 당했다. 형은 8골, 동생은 2골을 넣었다.
19-18로 이겨 2연승을 달린 윤경신은 “동생이 올림픽에 다녀와 체력도 떨어지고 무릎도 안 좋지만, 우승욕심이 있어 강한 승부욕을 보였던 것 같다. 모든 경기엔 운도 따라야 한다”며 동생을 위로했다.
무안/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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