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위 형 이용호(오른쪽)가 수원시청 씨름연습장에서 동생 이승호와 샅바를 잡고 웃음을 짓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용호-승호 형제 14일 장사씨름대회 거상급 출전
“동생과 결승에서 만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대진표상 형제가 샅바를 맞잡을 수 있는 곳은 맨 꼭대기, 결승전이다. 형이 대구 대동초-대구 영신중·고-인하대를 2년 먼저 거쳐가며 한해 2~4개 전국대회 우승을 거둬가면, 동생이 그 학교를 똑같이 밟아가며 우승을 소쿠리에 다시 담는 식이었다.
지난해 대학부 전국대회 4관왕에 오른 동생이 올해 형이 있는 수원시청에 들어오면서 국내 최초 실업씨름 형제 선수가 됐다. 동생은 “씨름의 반을 가르쳐준 사람”이라는 형과 체급까지 같다. 학창시절엔 다행히 비켜갔던 ‘난형난제’ 대결을 더는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형제는 지난 2월 설날대회 16강전에서 공식 첫 맞대결을 벌였고, 동생은 알고도 당하는 형의 주특기 들배지기에 넘어갔다. 그러나 지난 5월 동생 이승호(22·185㎝)가 안동장사에 오르면서 형보다 먼저 꽃가마를 탔다. 이어 형 이용호(24·182㎝)가 6월 문경장사에 등극하며 형 체면을 세웠다. 문경대회 당시 동생은 예선에서 어깨를 다쳐 기권했다.
사상 처음 ‘형제장사’ 타이틀을 얻고 나서는 첫 무대가 13일부터 나흘간 수원체육관에서 열리는 2008 추석 전국체급별 장사씨름대회(KBS-1TV 생중계)다. 형제가 속한 거상급(90㎏이하·과거 금강급) 경기 날짜는 공교롭게 추석 당일인 14일이다. 이용호는 “우리 집이 큰집이라 차례를 지내야 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이번엔 오시지 못한다”고 했다.
형제는 대진표가 서로 갈렸고, 형은 6월 문경대회 결승에서 붙어 이겼던 이 체급 강자 이주용(수원시청)과의 4강전이 고비다. 최근 무리하게 연습하다 허리를 조금 다친 이용호는 “동생이 이번엔 무조건 자기가 우승한다면서 결승에서 날 피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라며 웃었다.
동생이 현란한 다리기술을 가졌지만, 형한테 약한 징크스가 있어서다. 민속씨름에서 형제가 결승에서 만난 적이 없어 성사될 경우 ‘흥행카드’가 될 것이다. 키가 훤칠하고 준수한 외모를 지닌 형제는 기술까지 빠르고 화려해 ‘스타성’도 갖췄다.
과거 한라급이었던 백호급(105㎏급)에선 문경대회 우승자 김기태(현대삼호), 이 체급 터줏대감들인 김용대(현대삼호) 모제욱(마산시체육회) 등의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장사 상금 1천만원.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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