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철(35·서울SK·사진).
프로농구 SK 2군 맡아 새출발
“살도 늦게 찌고, 배도 늦게 나오게 하려고 선수들과 같이 운동하고 식사조절도 하고 있어요.”
아직은 선수들이 “형”이라 부르지만, 그에겐 국내최초 ‘2군 감독’ 직함이 붙었다. 그는 “처음엔 어색했다. 코트에서 뛰고 있어야 하는데, 밖에서 보고있어야 하니까. 지금도 다 적응됐다고 할 순 없지만 요즘 책도 많이 보고, (작전) 패턴도 그려보고 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며 웃었다.
전희철(35·서울SK·사진). 1990년대 농구대잔치와 프로농구 인기를 이끈 그의 이름 앞엔 ‘파워포워드’ ‘에어본’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내외곽을 넘나드는 공격과 림 몇 미터 앞에서부터 붕 뛰어올라 원핸드 덩크슛을 꽂던 탄력에 대한 찬사였다. 그러나 지난시즌 허벅지 부상으로 벤치 앉는 시간이 길어지고, 포지션이 겹치는 김민수도 입단하면서 에스케이(SK)에서 더는 선수생활을 하기 힘들었다. 그는 “2년 정도 더 뛰면서 잘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오라는 팀도 있었지만 계약기간을 1년으로 원해 맞지 않았다. 그래서 2년 더 빨리 지도자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에스케이는 그에게 전력분석 코치 겸 2군 감독을 권했다. 그는 “아내도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이젠 감독으로서 해야할 부분에 대한 조언도 해준다”고 했다.
출퇴근하는 8명 2군 선수를 보유한 그의 감독 생활은 지난 1일 처음 출범한 프로농구 2군제도의 기대와 문제점을 가늠해보는 잣대가 될 것이다. 10개 구단 중 2군을 신설한 팀은 부산 케이티에프(KTF), 서울 삼성, 인천 전자랜드, 에스케이 등 4개팀 뿐. 참가구단이 적고, 한국농구연맹(KBL)의 준비도 필요해 2군경기는 내년 시즌으로 미뤄졌다. 그는 “몇년간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2군을 긍정적으로 본다. 1군에서 내려오거나, 2군선수 기량을 향상시켜 1군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자율경쟁도 되고, 선수들이 안주하지 않는 효과가 있다. 대학 1·2학년 때 잘했다가 이후 부상을 당하고 감독과 스타일이 맞지않아 (주전으로) 뛰지 못해 신인 드래프트에 뽑히지 못한 선수에게 기회도 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화려한 선수생활을 끝냈지만, 이젠 지도자로서 코트에 희망을 심겠다는 것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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