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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터득한 파격 ‘모범답안’ 물렀거라

등록 2008-10-13 19:22수정 2008-10-14 00:35

테니스 아마고수인 장영숙씨가 지난 1일 부천 종합운동장 테니스장에서 열린 윌슨배 동호인대회에서 회심의 백핸드샷을 하고 있다. 장씨는 이날 지방에서 올라온 조인경씨와 처음 짝을 이뤄 4강에 진출했다.
테니스 아마고수인 장영숙씨가 지난 1일 부천 종합운동장 테니스장에서 열린 윌슨배 동호인대회에서 회심의 백핸드샷을 하고 있다. 장씨는 이날 지방에서 올라온 조인경씨와 처음 짝을 이뤄 4강에 진출했다.
[떴다! 아·마·고·수]
전업주부 장영숙씨의 테니스 사랑
전국대회 입상만 100여차례
라켓만 잡으면 아픈몸 말짱
50대 나이, 30대 젊음 유지

“테니스 아마고수가 아니냐”는 물음에, “저보다 훨씬 잘하는 사람 많아요”라며 손사레를 쳤다. 하지만, 옆사람들의 말은 다르다. 그에게 “고수냐고 물으면 실례”란다. 그를 처음 만났던 때가 지난 1일. 13일 다시 전화했더니, 2주 사이에 3개 대회를 더 우승했단다. 그는, 정녕 고수가 맞다.

장영숙(52)씨가 처음 테니스 라켓을 잡은 것은 16년 전이다. 아이들(1남2녀)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시간이 생기면서 남편과 함께 테니스를 시작했다. 남편 하철권(57)씨는 여름에도 2시간씩 파트너를 해줬다. 그러던 어느날, 장씨가 남편을 이겼다. 하루 1~2시간씩 꾸준하게 친 결과였다. “10년 전 즈음이었는데, 내가 자꾸 이기니까 남편이 자존심 상했는지 더 이상 저랑 안치려고 하더라고요. 이젠 더 작은 공(골프)으로 갔어요.”

복식경기로 1999년 전국대회에 처음 출전한 뒤 지금껏 입상만 1백여차례. 올해도 동호인대회 중 가장 큰 규모인 휠라배 등에서 9차례나 우승했다. 가장 최근에 승리한 게 기아배와 휠라배. 기아배 우승으로 내년 1월 열리는 호주오픈 참관 티켓을 따냈고, 휠라배 우승으로는 5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다. 우승이 잦아 이제 아이들은 “잘했어요?”가 아니라 “엄마, 이번엔 무슨 상이에요?”라고 묻는다.

동호회 테니스의 경우는 한번 같이 우승을 경험한 짝은 5년이 지날 때까지 다시 짝을 할 수가 없다. 우승할 때마다 짝을 바꿨는데도, 우승횟수가 많다는 것은 기본실력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얘기다. 장씨와 짝을 이뤄 처음 우승해봤다는 권영신(44)씨는 “복식경기는 파트너십이 제일 중요한데 언니가 파트너를 참 편하게 해줘요. 그러기도 쉽지 않을 텐데 절대 부담도 안주고, 성격이 정말로 끝내줘요”라며 장씨를 치켜세웠다. 같은 목요클럽 회원인 윤해경(40)씨도 “언니는 원래 소문난 매너짱이에요”라고 맞받았다.

옆에서 지켜보면, 기본자세는 조금 엉성하다. 그런데도 공의 흐름을 어떻게 잘 아는지, 순발력을 발휘해 네트 앞에서 상대의 공을 척척 잘 받아낸다.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이렇게 쳤을 때 공이 어디로 올지 알기 때문”이란다. 어느 구석으로 쳐도 빈틈이 없으니 상대팀은 제풀에 꺾인다. 주윗사람들에게 물으니 장씨의 특기는 “변칙플레이”라고 한다. 정형화된 틀에서 배운 모범답안식 플레이가 아니라, 스스로 깨우친 플레이라서 상대의 예측을 벗어나기 일쑤다.

동호인대회는 보통 하룻 동안 펼쳐지기 때문에 한번 출전해서 우승까지 하려면 6~7번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 나이를 생각하면 자못 버거울 수 있는 일정이다. 그래서, 대회가 끝날 때마다 “이젠 그만 나와야지”하곤 하지만 이틀 정도만 지나면 다시 코트 위에 서 있다. “테니스는 마약 같아요. 몸이 조금 쑤셔도 테니스를 치고나면 개운해지고, 머리가 아프더라도 코트에만 오면 맑아지거든요. ”

전업주부가 테니스 치느라 바깥으로만 나도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장씨는 주변사람들이 인정하는 “살림에 똑부러진 주부”다. 자신도 “밖에 나가서 테니스 치고 싶으니까, 평소 집안일을 2배는 더 열심히 한다”고 말한다. 집안일 게을리했다가 테니스 치지 말라는 소리를 들을까봐서 그렇다.

장씨는 왜 테니스가 좋을까. “테니스는 평범한 주부인 저를 최고로 만들어줘요. 아이들에게도 집안일만 하는 엄마의 모습뿐 아니라, 경기에 나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늘 도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요. 물론, 건강에도 좋고 사람알음에도 좋아요.” 50대의 나이지만, 30대 못지 않은 싱싱한 젊음을 소유한 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경기도 하고, 친목도 도모하고.’ 장영숙씨가 지난 1일 열린 윌슨배에 참가한 테니스 동호인들과 함께 경기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윌슨배에는 전국 91개 복식팀이 참가했다.
‘경기도 하고, 친목도 도모하고.’ 장영숙씨가 지난 1일 열린 윌슨배에 참가한 테니스 동호인들과 함께 경기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윌슨배에는 전국 91개 복식팀이 참가했다.

동호회 가입은 ‘실력없으면 없는대로’ 맞춤 동호회 ‘노크’

테니스 레슨비는 보통 한달에 10만원~15만원. 일정수준이 되면, 동호회에 가입해 대회참가 등으로 실력을 키우면 된다. 실력이 빼어나야만 동호회에 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준별로 동호회가 있기 때문에, 잘 찾아보면 자신의 능력치에 맞는 동호회를 찾을 수 있다.

장영숙씨도 처음 대구 달성구에 위치한 무료 테니스코트에서 남편과 함께 테니스를 치다가 아주 낮은 등급의 동호회부터 들었고, 십여년이 지난 뒤 아마고수로 발돋음했다. 처음부터 라켓이나 운동화 등 장비에 멋부릴 필요는 없다. 장씨는 “나도 처음에는 남편이 쓰던 헌 라켓을 썼다. 지금 쓰는 라켓도 옛날부터 쓰던 것이다. 뭐든 손에 익은 게 좋다”고 조언했다.

여자의 경우, 보통 복식경기로 개나리부와 국화부로 나뉘어 동호인대회가 열린다. 개나리부는 초보자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고, 국화부는 개나리부 대회에서 우승해야만 자격이 주어진다. 선수출신의 경우에는 만 55살이 넘어야만 대회에 나갈 수 있다.

국민생활체육전국테니스연합회(KTFS), 한국아마추어테니스연합회(KATO), 사단법인 한국테니스진흥협회(KATA) 등 3개 단체를 모두 합해 해마다 개나리부 100여차례, 국화부 50여차례의 대회가 열린다. 참가성적에 따라 단체별로 랭킹도 매겨지고, 부상도 나름 괜찮다. 남자는 청년부·장년부·지도자부 등으로 나뉘어 대회가 열린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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