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오른 주희정(KT&G) 앞에 거칠 것이 없었다. 국내 최고의 가드라는 김승현(오리온스)도 이날 만큼은 작아보였다. 올 시즌 도움주기 부문에서 2위 김승현(6.57개)보다 경기당 평균 2개씩을 더 배달한 1위 주희정(8.40개)은 역시 빨랐다. 시선과 다른 곳으로 던지는 노룩패스로부터 코트를 가로지르는 칼날패스, 수비가 떨어진 순간 당기는 폭발적인 3점슛까지 ‘가드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안양 케이티앤지가 27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2009 동부프로미 프로농구 원정 경기에서 코트 사령관 주희정의 활약으로 대구 오리온스를 95-83으로 꺾었다. 주희정은 무려 20개의 도움을 배달해 팀 창단 뒤 최다인 5연승을 이끌었다. 도움주기 부문에서 사상 처음으로 통산 3700개(3713개) 고지를 넘어서 기쁨이 두배 였다. 비록 개인 최다 도움기록(김승현의 23개·2005년)에서는 여전히 김승현에 뒤지지만 깨지지 않는 기록은 없다.
주희정은 도움 뿐 아니라 득점(8점)과 수비(8튄공잡기)에도 부지런히 가담하며 ‘트리플 더블급’ 활약을 펼쳤다. 주희정이 있기에 이상범 케이티앤지 감독 대행은 한껏 여유를 부렸다. 4쿼터 시작 1분께 74-72로 쫓기면서도 이 감독 대행은 “한 골 앞서고 있지 않냐. 쉬엄쉬엄 가자”고 할 정도였다. 이런 편안한 분위기 탓인지 케이티앤지는 4쿼터 한때 동점을 허용했지만 종료 5분께부터 다시 간격을 벌렸다. 외국인 선수 마퀸 챈들러(35점·10튄공)의 3점슛 두 개와 캘빈 워너(21점·5튄공)의 골밑슛이 오리온스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선두 케이티앤지(8승3패)는 공동 2위 그룹인 원주 동부·울산 모비스(7승4패)와의 간격을 1경기차로 벌렸다. 주희정은 경기 뒤 “선수들끼리 ‘즐기면서 하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데 정말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전주에선 서장훈이 28점(4튄공)을 쓸어담은 케이씨씨(KCC)가 86-78로 서울 에스케이(SK)를 누르고 2연패 사슬을 끊었다. 허재 감독은 “서장훈, 하승진(6점·4튄공)이 같이 뛸 경우 해법이 보이는 것 같다. 좋은 경기가 됐다”고 했다. 케이씨씨(7승5패)는 오리온스(6승6패)를 밀어내고 단독 4위로 올라섰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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