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겨 여왕’ 김연아가 14일 고양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빙상장에서 열린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갈라쇼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① 트리플 루프 시니어때부터 고전…큰 무대서 주저
② 트리플 러츠 가산점 높은 기술 장기 계속 살려야
③ 체력적 보강 연기 후반 실수 탓 번번히 우승 놓쳐
② 트리플 러츠 가산점 높은 기술 장기 계속 살려야
③ 체력적 보강 연기 후반 실수 탓 번번히 우승 놓쳐
그랑프리 파이널을 끝으로,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김연아(18·군포수리고3)는 점프에서의 자잘한 실수로 아쉽게 3연패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아사다 마오(18·일본)와 숙명의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음이 확연히 드러났다. 다른 선수들과의 점수차가 무려 20점 차이가 난 것을 보면 그렇다. 김연아는 4대륙 선수권(2009년 2월 캐나다 밴쿠버)과 세계선수권(2009년 3월 미국 LA)을 남겨두고 있다. 궁극적으로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나아가는 김연아에게 남겨진 숙제는 무엇일까.
김연아의 현재 점프는 거의 완벽에 가깝다. 점프의 높이나 질이 다른 선수들보다 몇 배 좋다. 엉덩방아를 찧거나 하는 등의 큰 실수가 없는 한, 김연아에게 가산점이 높게 주어지는 이유다. 문제는 트리플 루프 점프(후진상태에서 오른발로 뛰어올라 공중 3회전한 뒤 오른발로 착지하는 점프)다. 김연아는 시니어 데뷔 때부터 트리플 루프에 고전해 왔다. 지난 시즌을 통해 완성도가 높아지기는 했으나, 아직도 큰 무대에선 프로그램에 넣기가 주저된다. 올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이런 점때문에 김연아는 트리플 루프(기본점수 5.0)를 더블 악셀(기본점수 3.5)로 대체했다. 하지만, 기본점수에서 두 점프는 1.50점 차이가 있다. 아사다와의 대결에선 1~2점 차이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트리플 루프의 성공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번 대회 프리스케이팅때 시도하려던 7차례 점프의 기본점수를 합하면 김연아가 44.85점, 아사다는 49.90점이었다. 아사다의 기본점수가 높은 것은 트리플 점프 중 가장 점수가 높은 트리플 악셀 점프(몸을 틀어 앞을 바라보며 뛰어오른 후 뒤로 돌아 떨어지는 기술로 다른 트리플 점프보다 반 바퀴를 더 도는 점프. 기본점수 8.20점)를 2차례 넣었기 때문. 김연아는 트리플 악셀 다음으로 기본점수가 높은 트리플 러츠 점프(뒤로 돌아 시계 반대방향으로 공중 3회전하는 점프. 기본점수 6.00)로 가산점을 많이 받기 때문에 트리플 악셀을 뛰지 않더라도 차이를 좁힐 수 있다. 이번 대회땐 부담감으로 쇼트와 프리에서 자신의 장기인 러츠 점프를 모두 싱글 점프로 처리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
데뷔 때부터 계속 지적돼온, 체력보완도 시급하다. 감기 몸살때문이라곤 하지만,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연기 후반에 실수를 쏟아냈다. 두차례 점프는 물론, 이전 대회에서 레벨 4를 받았던 두차례 콤비네이션 스핀에서도 레벨 3를 받았다. 경기 초반의 연기가 군더더기 없이 아주 완벽했던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김연아는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때도 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 최고신기록을 세우고도, 프리스케이팅에서 두차례 넘어지는 바람에 3위에 그친 바 있다.
쇼트프로그램만 놓고 보면 현재 김연아를 따를 선수가 없다. 실수가 한번 있더라도 나머지 부분에서 가산점을 워낙 많이 받아 만회가 가능하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팅은 4분여를 연기하기 때문에 기술 뿐만 아니라 체력적인 요인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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