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가 21일 호주오픈테니스대회 여자단식 2회전에서 알베르타 브리안티(이탈리아)의 공을 백핸드로 받아내려 하고 있다. 이바노비치가 2-0으로 이겼다. 멜버른/신화 연합
한낮 40도 살인 더위
퀴즈 하나. 2009 시즌 첫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 참가한 선수들의 최대 난적은? 자기 자신? 세계 1위 선수? 아니다. 당면한 적은 다름아닌 땡볕이다.
대회가 열리는 멜버른은 현재 낮기온이 최고 40도까지 올라가는 살인더위를 보이고 있다. 습도까지 높아 선수들의 불쾌지수는 나날이 높아져만 가고 있다. 세계 1위로 생애 첫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노리는 옐레나 얀코비치(세르비아)는 1라운드 경기 직후 “코트가 너무 뜨겁다. 움직일 때마다 발에서 불이 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얀코비치는 경기 도중 틈틈이 얼음을 신발 밑바닥에 대면서 열을 식혔다. 마크코스 바그다티스(사이프러스·97위)는 “바깥에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숨을 쉴 수가 없다. 지금껏 경험해 본 상황 중 최악”이라며 “토가 나올 것 같은 더위”라고 했다. 길레스 뮐러(룩셈부르크·87위) 또한 “딱 한번 파라과이에서 더운 날씨에 경기를 해봤는데, (멜버른 더위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 뿐”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런 와중에,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5위)는 “그냥 좀 따뜻한 날씨일 뿐”이라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이바노비치는 “호주에 온 지 한달쯤 됐는데, 이제 더위는 적응이 됐다”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더위를 안 타서 그런지, 그는 21일 열린 2라운드 경기에서 알베르타 브리안티(이탈리아·169위)를 2-0으로 가뿐히 누르고 32강전에 진출했다.
대회 조직위는 작년부터 습도와 온도가 너무 높아지면 경기를 연기하는 정책을 세웠지만, 아직 날씨 때문에 연기된 적은 없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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