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시즌 서장훈 성적 비교
4쿼터 득점 부쩍 늘어 전자랜드 7연승 수훈갑
“오늘은 내가 아닌 것 같은데….”
수훈선수로 꼽힌 서장훈(2m7·인천 전자랜드)은 인터뷰실로 들어오며 고개를 갸웃했다. 24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12점·6튄공잡기,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그는 승리를 부른다. 서장훈은 이날 종료 28초전, 2점차 앞선 상황에서 쐐기 2점포를 터뜨렸다. 팀이 목말라하던 ‘해결사 능력’이다. 그는 “협력수비를 들어올 수 없을 줄 알고 공격했다”며 노련미도 과시했다. 전자랜드는 팀 역대 최다 타이인 7연승으로,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선인 공동 5위로 올라섰다.
서장훈은 그간 거친 항의로 자주 입길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최근 달라졌다. 이날도 경기 내내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차분한 방법으로 드러냈다. 경기 막판엔 거칠게 항의하는 동료 외국인선수 리카르도 포웰을 싸안고 말렸다. 적장 안준호 삼성 감독조차 “서장훈의 코트 위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농구 선배로서 대단히 보기 좋다”고 할 정도다.
팀의 중심 역할을 맡으면서 경기력도 올라오고 있다. 전자랜드로 이적한 뒤 승부처인 4쿼터 득점이 부쩍 늘었다. 7연승 하는 사이, 8득점만 3차례다. 수비는 악착같다. 이날도 삼성 이규섭을 맡아 3점슛 블록슛, 골밑 가로채기 등을 했다. 서장훈이 2·3쿼터에 상대 센터를 맡아주면서 들쑥날쑥하던 팀 전력도 안정감을 찾고 있다. 피말리는 6강 싸움을 펼치는 최희암 감독은 “그간 구심점이 없었는데, 장훈이가 들어와 중심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고 했다.
무엇이 그를 변하게 했을까? 최근 열애 사실 공개 뒤 일부에선 ‘사랑의 힘’ 덕분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팀내 제자리를 찾으면서 특유의 승부근성이 살아났다는 평가다. 팀 동료 황성인은 “장훈이형은 욕심이 많다. 나쁜 뜻이 아니라 더 좋은 경기를 하고 싶어하는 의지”라고 했다. 서장훈을 얻은 팀은 ‘포스트시즌 보증수표’를 가졌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는 프로 데뷔 첫해(1999~1999시즌)를 빼고 9년 연속 소속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서장훈은 “6강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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