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들이 주축이 된 ‘노노(NO老)야구단’이 7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갈산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연습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평균 63살 실버팀 ‘노노야구단’
치고 달리고 받으며 땀 ‘뻘뻘’
“건강할때까지 홈으로 뛸 것”
치고 달리고 받으며 땀 ‘뻘뻘’
“건강할때까지 홈으로 뛸 것”
“야구의 매력? 치고, 달리고, 받는 거잖아.”
이동수(78)씨는 배트를 챙겨 타석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운동장은 온 힘을 다해 ‘치고, 달리고, 받는’ 선수들의 숨소리와 땀으로 가득 찼다. “파이팅!”, “나이스볼!” 응원 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펑” 소리와 함께 최고구속 122㎞를 자랑하는 최고령 투수 장기원(79)씨의 직구가 묵직하게 포수 미트에 꽂히고, 알루미늄 배트의 경쾌한 금속음은 궂은 하늘을 시원하게 가른다. 빨간 모자챙 그늘에 숨은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과 주름이 아니면 젊은이들의 경기로 착각할 정도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갈산초등학교. 텔레비전 공익 캠페인에 나와 화제가 된 국내 유일의 실버 야구팀 ‘노노(NO老)야구단’이 자체 청백전 경기를 벌이고 있었다.
이 야구단은 ‘늙지 않는다’는 뜻을 품고 1997년 3월, 50살 이상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창단됐다. 초대 감독은 왕년의 프로야구 스타 윤동균(현 한국야구위원회 경기운영위원)과 최동원(˝)이 맡았다. 현재 평균연령 63살의 30명 단원이 매주 일요일 모여 자체 청백전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3부리그 사회인 야구팀과 친선경기를 벌인다. 올해 연예인 외인구단 등과 4차례의 친선경기에서 3승1패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야구단 총무 조관형(61)씨는 “아무래도 상대팀이 봐주면서 해. 이겨도 성에 안 차”라며 웃었다.
정년퇴직한 은행 지점장, 실업야구팀 선수, 초등학교 선생님, 음식점 주인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단원들은 모두 야구에 관한 추억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영중초등학교 교사 시절 야구부를 지도하며 심재학(현 히어로즈 코치)을 키워낸 1루수 이동수씨는 6.25 전후 군복무 시절 미군들과의 야구시합을 아직도 기억한다. 최연소 김원규(52)씨는 군대에서 소프트볼을 했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무역회사 중역인 김씨는 “배트에서 전해오는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며 “근데 여기서는 내가 재롱도 부리고 기쁨조 역할을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실업팀 농협에서 유격수로 활약했던 감독 박동석(60)씨는 선수들이 조금만 실수를 해도 “이럴 때는 당겨쳐야지, 주자는 어디 보는 거야”라며 불호령을 내린다.
노노야구단의 경기에는 도루와 슬라이딩이 없다. 부상 위험 때문이다. 안타가 터져도 1루 주자가 2루에서 아웃되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운동장 임대료와 공과 배트,보호대 등의 장비 구입비도 달마다 2만원씩 걷는 회비로 감당하기 벅차다. 하지만 수도권 각지에서 2시간씩 걸리면서도 운동장을 찾고, 뺨으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으며 “힘 닿는데까지 할거야”라고 외치는 그들의 열정은 붉은 유니폼처럼 뜨겁기만 하다. 단장 김영용(62)씨는 “1루에서 홈까지는 인생과 매한가지”라며 “우리는 2루에서 3루로 가는 중이야.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홈까지 열심히 달려야지”라고 밝게 웃었다. 문의 (02)2699-4782.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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