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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맞아도 바꾸고 안 맞아도 바꾸고…야구공이 괴롭다”

등록 2009-06-12 18:56수정 2009-06-13 15:00

(왼쪽부터 차례로) ① 기계가 삼중코어 위에 양모실을 감으며 야구공 형태를 만들고 ② 그 위에 가는 면실로 촘촘하게 다시 감아 ③ 108개의 실밥을 꿰매고 ④ 전기인두로 가죽을 펴면 야구공이 완성된다.  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왼쪽부터 차례로) ① 기계가 삼중코어 위에 양모실을 감으며 야구공 형태를 만들고 ② 그 위에 가는 면실로 촘촘하게 다시 감아 ③ 108개의 실밥을 꿰매고 ④ 전기인두로 가죽을 펴면 야구공이 완성된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프로야구 공인구의 하소연
216개 바느질이 변화무쌍한 마구 만들어
소 한마리서 60개뿐…수명 길어야 1이닝
나는 프로야구 공인구입니다. 시원스런 홈런으로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광속구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야구공입니다. 올해는 반발력 논란으로 사람들의 의심을 받거나, 빈볼 시비 때문에 원망스런 시선도 받습니다.

■ 지구와 닮아 중력과 싸워야 하는 나를 단면으로 잘라보면 그 중심엔 붉은색 고무로 감싼 코르크(삼중코어)가 핵 역할을 하는 등 마치 지구를 연상케 합니다. 방망이로 쳤을 때 반발력을 내며 날아가는 것은 다 이 삼중코어 덕분입니다. 여기에 기계로 양모실과 면실을 차례로 감으면 점차 공 모양새가 나옵니다. 공인구의 겉면은 탄력이 가장 좋은 소 등부분 가죽만을 사용합니다. 소 한 마리 가죽에서 200여개의 공이 나옵니다. 이 중 프로야구 공인구는 50~60개 정도. 가죽을 꿰매는 일은 사람 몫입니다. 108개의 구멍이 난 소가죽 두 장을 맞대어 사람이 손으로 교차해서 꿰매면 216개의 바느질(실밥)이 나옵니다. 기술자들은 한 시간에 3~4개를 만들지만 초보자들은 1시간 이상 걸리는 어려운 과정입니다. 다 꿰매진 공의 가죽을 전기인두로 펴주면 실밥이 제 모양을 찾으며 완성됩니다. 30여년 동안 야구공을 만들어온 빅라인 스포츠의 정명철(54) 이사는 “일본에서 야구공 제조공정에 로봇을 투입했지만 실패했다”며 “야구공은 일일이 사람 손이 들어가야 하는 민감한 작업”이라고 말합니다.

■ 최장 수명은 1이닝 제 수명은 길어야 1이닝입니다. 땅볼이나 파울볼이 될 경우 곧바로 교체됩니다. 공을 교체하는 이유는 공에 이물질이 묻었을 때 타자들의 시야를 현혹시킬 수 있고, 훼손된 공은 투수들의 민감한 투구감각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죠. 결국 한 경기에 120여개의 공이 사용됩니다. 실제 선수들은 공에 민감합니다. 야구 규칙상 공은 중량 141.77~148.8g, 둘레는 22.9~23.5㎝ 안에 들어야 합니다. 투수들의 경우 이 미세한 차이를 느낀다고 합니다.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작은 공을 좋아합니다. 실밥은 다양한 구종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밥에 손가락을 얹는 방법에 따라 공의 궤적도 바뀌게 마련이죠. 변화구 투수는 조금이라도 두꺼운 실밥이 좋을 것입니다. 실밥의 비밀은 투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밥이 없는 공은 비거리가 짧습니다. 타자들의 호쾌한 홈런도 이 실밥과 밀접합니다.


야구공 충격시험기에서 야구공을 배트에 충돌시켜 반발력을 시험하고 있다.  체육과학연구원 제공
야구공 충격시험기에서 야구공을 배트에 충돌시켜 반발력을 시험하고 있다. 체육과학연구원 제공
■ 반발력은 지난해와 비슷 공인구가 되려면 반발력 검사를 거쳐야 합니다. 한국야구위원회가 구장에서 임의로 수거한 3개 제조사의 야구공 3상자(한 상자에 12개)를 체육과학연구원 스포츠용품시험검사소에 시험의뢰합니다. 콘크리트나 나무 배트에 일정한 압력으로 야구공을 쏜 뒤 충돌 전·후 속도 차이를 비교해 평균값이 0.4134~0.4374 안에 들면 합격입니다. 지난 시즌에는 시즌 전, 시즌 중간, 플레이오프 전 세 차례 측정했습니다. 그런데 홈런이 많이 나와 반발력 논란이 된 올핸 벌써 6차례나 측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검사소의 권용규(36) 연구원은 “여러 차례 검사했지만 반발탄성계수는 지난해와 차이가 없다”며 “구장 습도와 온도에 따라 반발력이 변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팀이 연패에 빠지면 구단 담당자들은 야구공 제조업체에 애꿎은 저를 바꿔달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프로야구 공인구의 생명은 아쉽게 빨리 끝나지만, 중·고등학교, 사회인 야구 선수들의 손에서 생명을 이어갑니다. 오늘도 사람들을 웃고 울리기 위해 저는 야구장으로 갑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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