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고려대학교 농구부 학부모 9명은 임아무개(51) 감독이 선수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강압적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학교에 탄원서를 냈다. 학교 쪽은 곧바로 진상조사에 나섰고, 지난달 27일부터 훈련을 중단하고 합숙하던 선수들을 모두 귀가시켰다.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났지만 선수들은 여전히 코트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은 29일부터 시작될 전국대학농구연맹전 1차대회는 포기한 상태다. 다음달 14일 제주에서 열리는 종별선수권대회에 참가 신청을 했지만 이마저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학교 쪽은 임 감독과 학생·학부모 등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끝내 놓고도 아직까지 징계위원회조차 열지 않고 있다. 17일부터 선수들이 감독과 코치 접근 없이 학교에서 자율적인 훈련을 하도록 한 게 전부다. 조사 결과를 징계위원회의 판단에 맡길 계획이라는 게 학교 쪽 설명이지만, 사태 해결을 차일피일 미루는 모양새다. 그동안 답답한 학부모들은 지난 5일 2차 탄원서를 낸 데 이어 9일 대한체육회에도 진정서를 냈다. 학교 쪽에 항의하기 위해 두 차례 학교에 찾아가 총장과 어렵게 면담을 하기도 했다.
스포츠계에서 지도자의 폭력 등 강압적 팀 운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가 터졌을 때 얼마나 빨리 치유책을 찾아 개선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농구부 사태를 바라보는 고려대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학교 쪽이 임 감독에 대한 조처를 차일피일 미루자, 피해 학부모들 사이에선 “학교가 임 감독을 비호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학교 쪽에 대한 불신이 높다. 올해 초 한양대 농구부 김아무개 감독의 선수 폭행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학교 쪽이 김 감독을 징계하고, 김 감독도 스스로 물러난 것과 대비된다. 사태 해결이 늦어질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선수들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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