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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광복과 함께 시작된 63년 럭비우정

등록 2009-06-23 20:56

지난 20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54회 배재고-양정고 럭비 정기전에서 재학생 선수들이 공을 잡기 위해 폭우 속에서 다투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지난 20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54회 배재고-양정고 럭비 정기전에서 재학생 선수들이 공을 잡기 위해 폭우 속에서 다투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맞수열전] 럭비|배재고교·양정고교




1946년 첫 정기전…올해 54회째 ‘우정의 승부’ 열려
해마다 국가대표 4~5명씩 배출…럭비 발전 이끌어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하늘로 하얀 럭비공이 솟아오르자 7000여명이 모인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남색 유니폼(배재고)과 주황색, 남색이 섞인 줄무늬 유니폼(양정고)의 선수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공을 쫓았다. 경기장은 교복 차림의 학생부터 흰머리가 지긋한 졸업생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오전부터 내린 장대비로 프로야구도 취소된 지난 20일 오후.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는 올해로 54회를 맞는 배재고-양정고 럭비 정기전이 열렸다.

두 학교의 럭비 사랑은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정과 배재는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에 이어 각각 1930년과 그 이듬해 럭비부를 창단해 일본 럭비대회에 조선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두 학교의 럭비 열기는 해방 이후 꽃을 피웠다. 1945년 광복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개최한 경축 체육대회가 계기가 돼 1946년 11월 서울운동장에서 정기전 1회 대회가 시작된 것이다. 1954년부터 시작한 연고전, 3군 사관학교 정기전보다 8년이나 이른 국내 최초의 정기전이었다. 카드섹션, 다양한 응원가를 활용한 열성적인 응원도 당시로서는 처음이었다. 두 학교의 정기전은 한국 현대사의 명암과도 함께 했다. 한국전쟁과 4·19 혁명, 계엄령으로 10여차례의 정기전이 열리지 못했다. 특히 군사정권의 계엄령 때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이유만으로 정기전 허가가 나지 않았다.

정기전은 중·고등학교 재학생과 졸업생(OB)들의 경기가 각각 열리는데, 전적으로 기록하는 OB 시합이 꽃이다. 대학과 실업팀 현역 선수들이 참여하는 OB 경기는 국가대표급의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이날 양정 OB가 이겨 역대 전적 27승7무20패로 양정이 앞섰다. 배재 출신 신국주(56)씨는 “학창 시절 선수로 뛸 때는 3년 연속 이겼다”며 “언제나 두 학교는 선수도, 응원단도 한치의 양보 없는 열띤 경기를 펼친다”고 말했다. 이러한 맞수 의식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럭비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사관학교와 대학교에서 두 학교에게 럭비를 배워갔고, 졸업생들은 대학과 군대에서 럭비를 전파했다. 두 학교는 매년 평균 4~5명씩 국가대표도 배출해왔다. 현재도 국가대표 29명 가운데 두 학교 출신이 10여명을 차지한다.

시합이 끝나면 맞수로서의 우정을 다지는 축제가 이어진다. 궂은 날씨였지만 이날 모인 두 학교 동문들은 미리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동기와 선후배들의 시합을 즐겼다. 양교 재학생 응원단은 서로 질세라 목청을 높였지만, 경기가 끝나자 승패와 상관없이 서로의 교가를 불러주며 애정을 과시했다. 전 배재고 럭비 OB회장 백양(65)씨는 “항상 용호상박의 대결을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우정으로 뭉친다”며 “사회에서도 양정 출신을 만나면 동문 만난 것처럼 반가워한다”고 말했다. 30여년 동안 양정고에서 체육을 가르쳐온 원종천(62) 교사는 “럭비는 몸을 부딪치는 원초적인 운동”이라며 “럭비로 부대낀 두 학교의 우정은 끈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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