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봉(26·서울 에스케이·왼쪽), 송태영(32·부산 케이티·오른쪽).
재계약 실패·은퇴 선수 7명 2군리그 계약
“좋은 기회 감사…기대만큼 좋은 선수 될 것”
“좋은 기회 감사…기대만큼 좋은 선수 될 것”
프로농구 억대 연봉계약으로 떠들썩한 한편엔 연봉 2000만~3000만원에 꿈을 싣는 선수들도 있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계속 뛸 수 있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3일 오후 서울 프로농구연맹(KBL)에서 열린 2군 선수 드래프트에서 7명의 선수들이 다시 코트에서의 꿈을 이어나가게 됐다. 7명은 지난달 30일 끝난 2009~2010 시즌 선수등록에서 재계약을 하지 못했거나, 은퇴한 선수들이다.
“지명 안되면 군대 가려고 했어요.” 이날 서울 에스케이에 2라운드 1순위로 지명된 가드 최고봉(26·왼쪽)은 농구의 꿈을 이어가게 된 것이 믿기지 않는지 들뜬 목소리였다. 최고봉은 자신의 표현대로 ‘바닥’에서 농구를 시작했다. 키 1m86의 평범한 체격으로 2부리그 조선대를 2005년 1부리그로 승격시키고 2007년 학교 출신 중 처음으로 프로선수가 됐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울산 모비스는 그를 잡지 않았다. 두 달여 방황의 시간을 보낸 뒤 가까스로 대구 오리온스의 2군 유니폼을 입었다. “오리온스에서 1년을 걸고 열심히 했지만 허송세월만 한 것 같다”며 지난 시간을 후회하는 최고봉은 “기대 안했는데, 좋은 기회 주신 것에 감사할 뿐이고, 에스케이에서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각오를 밝혔다.
부산 케이티에 지명된 포워드 송태영(32·오른쪽)은 2007~2008 시즌을 앞두고 서울 삼성에서 은퇴했지만 자신은 은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무릎이 좋지 않았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해 여름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 프로농구 비제이(BJ)리그 도야마 그라우지즈에서 1년을 뛰며 한국 코트에 돌아올 몸을 만들었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고, 용병 3명이 뛰는 일본 리그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송태영은“드래프트에서 누가 뽑아줄지도 몰랐지만, 건강히 뛸 수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일본 생활을 회상했다. 그는 “부끄럽지 않은 플레이를 해야겠다”며 “3살 된 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웃었다.
이날 지명된 선수들은 9일까지 선수등록을 거쳐 13일부터 프로농구 서머리그에서 뛰게 된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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