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오른쪽)이 8일 중국 톈진체육관에서 열린 제25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페니시를 앞에 두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톈진/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선수권 최장신 덩크슛·튄공잡기에 탄성
필리핀 꺾고 조1위 결선 진출 “꼭 우승하고 싶다”
* 허성전 : 하승진의 중국식 발음
필리핀 꺾고 조1위 결선 진출 “꼭 우승하고 싶다”
* 허성전 : 하승진의 중국식 발음
중국 톈진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화제의 선수는 단연 한국팀 하승진(24)이다. 그는 키 2m21로 이번 대회 최장신이다. 1m67로 최단신인 스리랑카의 샤나카 페레라와 무려 54㎝ 차이다. 중국 관중들은 하승진이 코트에 들어설 때마다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큰 키를 활용해 덩크슛을 쏘거나 튄공을 잡아내면 ‘와~’하고 탄성을 자아낸다. 반대로 쉬운 골밑슛이나 자유투를 놓쳤을 때는 웃음을 터뜨린다.
8일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를 지켜본 중국인 장쉐(26)는 “허성전(하승진의 중국식 발음)을 직접 보니 신기하다. 허성전이 있는 한국이 중국과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나라 선수들도 하승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요르단의 주전 가드 라심 라이트는 “하승진이 너무 커서 한국과 만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한국팀 벤치도 하승진에 대한 기대가 높다. 허재 감독은 7일 스리랑카와의 경기에서 하승진을 전반 20분 동안 풀타임으로 기용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그는 8일 필리핀과의 경기가 끝난 뒤 “승진이가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하지만 좀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가 높다 보니 부상에 대한 공포도 크다. 허 감독은 하승진이 블록슛을 할 때마다 균형을 잃고 다칠까봐 노심초사다. “승진이가 점프하면 다칠까봐 차마 눈 뜨고 못 볼 정도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이번이 네 번째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인 하승진의 각오는 남다르다. 삼일상고 3학년 때인 2003년 중국 하얼빈대회부터 2007년 일본 도쿠시마대회까지는 우승은커녕 세계선수권대회 티켓도 따지 못했다. 그는 “3위가 아니라 꼭 우승하고 싶다”며 “내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8일 필리핀을 69-59로 꺾고 A조 1위로 결선리그에 합류했다. 하승진은 이 경기에서 14분38초만 뛰고도 6득점 6튄공잡기를 해냈다. 한국은 10일 쿠웨이트, 11일 대만, 12일 이란과 결선리그를 치른다. 특히 하승진은 지난 대회 우승팀 이란과의 경기에서 미국프로농구(NBA) 멤피스 그리즐리스에서 뛰고 있는 하메드 하다디(24·2m18㎝)와 고공대결을 펼친다.
톈진/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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