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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장 대 박관장 “우리딸 주먹이 최고”

등록 2009-08-09 19:12수정 2009-08-10 10:31

지난 8일 강원도 동해시 망상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열린 제5회 전국생활체육복싱토너먼트에서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고 있다.  동해/박미향 기자 <A href="mailto:mh@hani.co.kr">mh@hani.co.kr</A>
지난 8일 강원도 동해시 망상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열린 제5회 전국생활체육복싱토너먼트에서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고 있다. 동해/박미향 기자 mh@hani.co.kr
생활체육복싱토너먼트 현장
해수욕장에서 복싱을? 지난 7일부터 사흘 동안 강원도 동해시 망상해수욕장 백사장에서는 생활체육 복싱인들의 축제인 제10회 전국대학복싱동아리선수권대회와 제5회 전국생활체육복싱토너먼트가 열렸다. 380여명의 생활체육인과 40여개의 대학 복싱동아리가 참여한 대회는 가족 단위의 참여와 피서객들의 호응으로 9일 87명의 우승자를 배출하며 성황리에 끝났다.

다양한 이력들을 가진 ‘생활인’들이 출전한 가운데 여자부 49㎏급 경기에선 미래의 복싱 선수를 꿈꾸는 두 부녀의 대결이 눈길을 끌었다.

링 위에 오른 소녀들, 선수 출신 아버지 ‘대리전’
여중생 김은지 49㎏급 우승…엄마들은 “못보겠다”

■ 김 관장 대 박 관장 아마추어 복싱 국가대표 출신인 김명곤(44·안성제일복싱클럽) 관장은 2년 전 당시 14살이던 딸 은지(명륜중3)의 ’강한 펀치력과 끈기’에 눈길이 갔다. 김 관장은 “키워 낸 여자 선수들이 제 길을 못 갈 때, 부모가 아니라는 이유로 방향을 잡아주지 못했다“며 “은지의 소질을 보고 내 딸도 한번 가르쳐 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3회전이 끝나고 링코너로 돌아온 딸을 보며 애처로운 눈빛을 숨기지 못하는 김관장은 “인내심, 근성이 나를 꼭 닮았다”며 웃었다.

프로선수 출신인 박순배(41·도봉권투체육관) 관장은 선수 시절 여자 복싱은 생각도 안 했다. 하지만 체육관을 찾아오는 40대 여성들의 모습에 생각이 바뀌었다. 지난 4월 딸 하나(18·영신여고2)가 ‘복싱의 뜻’을 밝힐 때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거면 해라”라는 말만 했다. 박 관장은 “체중감량할 때 보면 안쓰럽다”면서도 “펀치력이 장점”이라고 자랑했다.

■ 김 선수 대 박 선수 앳된 얼굴의 은지는 “살 빼려고 시작했다“ 며 “한 시간 동안 링에서 섀도우 복싱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긴 생머리의 하나는 “복싱으로 대학가고 싶다”며 “등교 전에도 달리기를 한다“고 복싱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체중감량중에 물 못 마실 때 정말 힘들다”고 덧붙였다. 둘에게 ‘여자가 복싱을 한다’는 주변의 시선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에 견줘 아무것도 아니란다.


여자부 49㎏급 준결승 경기 뒤 두 쌍의 부녀가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김명곤 관장과 김은지양, 박하나양과 박순배 관장.  동해/이승준 기자
여자부 49㎏급 준결승 경기 뒤 두 쌍의 부녀가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김명곤 관장과 김은지양, 박하나양과 박순배 관장. 동해/이승준 기자
둘은 ‘아버지 코치’의 장단점에 대해 “아빠”라고 입을 모았다. 같이 운동하는 ‘좋은 아빠’와 평소와 달리 링에만 서면 혹독하게 가르치는 ‘나쁜 아빠’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말수가 없던 은지와 하나는 준결승을 치른 8일 링 위에서는 다부진 눈빛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경력은 무시할 수 없는지 동생이 언니를 판정으로 꺾었다.


박 관장은 “자신있게 못 해서 펀치를 못 살렸다. 앞으로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김 관장은 “공식 대회 첫 출전인데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들은 링 위의 딸들에 대해 “떨리고, 안 보고 싶다”며 웃었다.

■ 붕어빵 부녀 결승까지 오는 두 경기에서 ‘언니’들을 차례로 꺾어온 은지는 9일 결승전에서도 18살의 신서희(덕원고2)를 상대로 침착하게 경기에 임했다. 상대의 펀치에 주눅들지 않고 빈틈을 노렸다. 관중들 사이에서 “중학생이 잘한다”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1회전이 끝나면 ‘아빠’가 얼굴을 감싸며 용기를 불어넣었다. 링 밖에서 날카롭게 경기를 지켜보던 아빠의 눈빛과 링 위에서 상대를 노려보는 딸의 눈빛은 똑같았다.

결국 은지는 3회전 판정승으로 49㎏급 우승을 차지했다. 은지는 경기 뒤 붉게 상기된 얼굴로 “기분 좋아요. 우선 쉬고 싶어요”라며 가쁜숨을 내쉬었다. 김 관장은 “침착하게 잘했다. 상대의 움직임을 보는 눈이 좋았다”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동해/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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