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무대에서 아줌마 선수들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위로부터 배드민턴의 라경민, 핸드볼의 오영란(왼쪽)과 오성옥, 사격의 김상희(왼쪽)와 조미경, 농구의 전주원, 배구의 정대영 선수. 연합뉴스, 한겨레 자료사진
배드민턴 스타 라경민 결혼 3년만에 복귀 선언
배구 정대영 “출산 뒤 복귀”…엄마선수 전성시대
배구 정대영 “출산 뒤 복귀”…엄마선수 전성시대
여자 스포츠 선수에게 결혼은 은퇴를 의미하던 시대는 갔다. 선수생활과 결혼생활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생각은 기우일 뿐이다. 결혼은 은퇴가 아닌, 또다른 시작일 뿐이다. 엄마의 한계를 벗어난 스포츠 우먼, 그들의 힘은 더욱 커지고 있다.
■ 코트는 영원한 고향 20일 전격 복귀를 선언한 배드민턴 스타 라경민(33)은 1남1녀를 둔 엄마다. 2005년 혼합복식 단짝 김동문(34)과 결혼한 뒤 2007년 은퇴한 그는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품고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라경민은 혼합복식 국제대회 70연승, 14개 대회 연속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 스타이지만,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꿈을 이루지 못했다. 친정팀인 서명원 대교스포츠단 단장은 “라경민의 복귀는 ‘결혼=은퇴’라는 관행을 깨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테니스 전 세계랭킹 1위 킴 클리에스테르스(26·벨기에)는 2007년 미국프로농구 선수인 브라이언 린치와 결혼한 뒤 은퇴했고 지난해 2월에는 딸까지 낳았다. 그는 19일 복귀전에서 엘레나 발타차(104위·영국)를 가볍게 물리치고 기량을 과시했다.
■ 아이들이 있어 더 힘나요! 19일 2009 다이소배 핸드볼 슈퍼리그가 열린 용인체육관에는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관중석에서 연방 “엄마”, “아빠”를 부르며 응원했다. 국가대표 부부 골키퍼 강일구(33·인천도시개발공사)-오영란(37·벽산건설) 커플의 세살배기 딸 서희다. 실업 무대에 뛰어든 지 19년째인 ‘서희 엄마’ 오영란은 이번 슈퍼리그에서도 맹활약하며 소속팀 벽산건설을 리그 선두로 이끌고 있는데 “아이의 응원이 큰 힘”이라고 한다. ‘아줌마 부대’의 원조 격인 여자핸드볼의 오성옥(37)은 열두살 난 아들 승구를 두고 있다. 오성옥은 이번 시즌부터 소속팀 히포방크의 플레잉코치로 승격했지만 변함없이 코트를 누비고 있다.
■ 아줌마 사격선수 눈에 띄네 사격에는 엄마 선수가 유난히 많다. 과격하지 않고,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한 종목 특성 덕분이다. 대표적인 엄마 선수는 ‘주부 총잡이’ 부순희(42·창원시청). 그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 열세 살 아들을 둔 엄마지만 실력만큼은 여전히 국내 정상급이다. 지난 6월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 여자 일반부 25m 권총에서 2관왕에 올랐고, 2년 전 봉황대기 대회에서도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었다. 부순희의 팀 동료인 조미경(39)과 최금란(32), 그리고 김상희(38·동해시청) 역시 엄마 선수다. 사격과 비슷한 종목인 양궁에서도 김경욱(39)과 김수녕(38)이 아이를 낳은 뒤 사대에 복귀한 적이 있다. 이밖에 여섯 살 딸을 둔 여자농구의 전주원(37·신한은행)은 마흔 살까지 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자배구 국가대표 센터로 내년 초 출산예정인 정대영(28·GS칼텍스)은 “출산 뒤에도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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