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예지(17·대전체고)
이은경 코치 “1점차 은메달 아쉽지만 오히려 보약”
곽예지(17·대전체고·사진)는 주현정(27·현대모비스)에게 1점 차로 아깝게 진 뒤 울지 않았다. 오히려 환하게 웃었다. 그는 “어제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다 울었다”며 검정색 뿔테 안경 사이로 눈웃음을 지었다.
곽예지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때 4위를 차지해 엔트리 3명에 들지 못했다. 한때 양궁을 그만둘까 생각할 정도로 힘겨운 시간이었다. 그는 올해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재기의 날개를 폈다. 그리고 9일 막을 내린 제45회 세계양궁선수권에서 단체전 우승에 이어 개인전까지 2관왕을 노렸다. 개인전 예선도 1위를 했다. 하지만 결승에서 주현정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실력은 정상이면서도 늘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곽예지는 “아쉽지만 은메달도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단체전 금메달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탈락 때처럼 심적 고통이 따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는 말이다. 곽예지가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된 것은 어머니나 다름없는 대표팀 이은경 코치를 만나고부터다.
두 살 때 어머니를 여읜 곽예지는 전국을 돌며 일을 다니는 아버지 대신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엄마의 사랑이 그리웠는지 곽예지는 이 코치를 유달리 잘 따랐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의 곁에는 언제나 이 코치가 있었다. 곽예지는 이 코치에게 애교를 부리고, 이 코치는 곽예지의 엉덩이를 톡톡 쳐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런 이 코치이기에 곽예지의 은메달이 누구보다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이 코치는 “이번 은메달이 예지에게 오히려 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나 금메달을 따면 좋지만 앞날이 창창한 곽예지에게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곽예지는 “이번 대회를 좋은 경험으로 삼아 다음 대회에서는 심리적으로 더 침착하게 쏘겠다”고 다짐했다. 울산/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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