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이 13일(한국시각) 열린 국제복싱기구(IBO) 슈퍼페더급 타이틀전에서 졸라니 마랄리를 케이오로 꺾은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IBO 슈퍼페더급 타이틀, 마랄리에 9라운드 KO승
남아공서 홍수환 영광 재현…한국 ‘무관 설움’ 날려
남아공서 홍수환 영광 재현…한국 ‘무관 설움’ 날려
졸라니 마랄리(32·남아프리카공화국)는 노회했다. 사우스포(왼손잡이)이면서도 오서독스(오른손잡이) 자세를 취하고 나섰다. 사우스포를 상대로 훈련을 거듭한 김지훈(22·일산주엽체육관)은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지훈은 빠른 스피드와 좌우 연타를 앞세워 5라운드부터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마침내 9라운드 1분여가 흘렀을 즈음 김지훈의 오른손 펀치가 마랄리의 왼쪽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김지훈은 휘청거리는 마랄리의 턱을 향해 왼손 어퍼컷을 날렸다. 이어 강력한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얼굴에 꽂았다. 마랄리는 바닥에 쓰러졌다. 비틀거리며 간신히 일어섰지만 더는 경기를 할 수 없었다. 심판은 김지훈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장은 교민 30여명의 환호와 태극 물결로 일렁였다.
김지훈이 통쾌한 케이오(KO)승으로 한국 프로복싱 무관의 공백을 깼다. 김지훈은 13일 오전(한국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켐프턴파크에서 열린 국제복싱기구(IBO) 슈퍼페더급 타이틀매치에서 챔피언 마랄리를 9라운드 케이오로 제압했다. 2007년 7월 지인진(36)이 격투기로 전향하면서 챔피언 벨트를 자진 반납한 이후 2년2개월 만에 한국인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1974년 홍수환(59)이 아널드 테일러를 물리치고 세계복싱협회(WBA) 밴텀급 타이틀을 차지한 이후 35년 만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다시 한 번 태극기를 휘날렸다.
김지훈은 2006년 12월부터 9경기 연속 케이오 승을 이어가며 프로 통산 19승(16KO) 5패가 됐다. 경기 뒤 태극기를 몸에 두른 김지훈은 “단 한 번도 패배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진정한 강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김형열 관장은 “링 주도권을 잡으려고 초반부터 세게 몰아쳤다”며 “김지훈은 앞으로 두 체급, 세 체급 석권과 주요 복싱기구 통합 챔피언도 가능한 한국 최고의 선수”라고 칭찬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