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복서의 꿈은 사라지나
경기 침체로 스폰서 못구해…47년 역사 흔들
경기 침체로 스폰서 못구해…47년 역사 흔들
‘세계챔피언 등용문’, ‘세계챔피언의 산실’. 프로복싱 신인왕전에 붙어다니던 수식어다.
신인왕전은 1962년 처음 열렸다. 한보영 전 <문화방송> 프로복싱 해설위원은 “당시엔 2~3년에 한 번씩 드문드문 열렸다. 1970년대 중반까지 여섯 번 열린 것으로 기억된다”고 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 프로복싱 인기에 힘입어 1977년 <문화방송>과 <일간스포츠>가 신인왕전을 공동 주최해 ‘대박’을 터뜨렸다. 초대 신인왕전 최우수선수(MVP) 김태식(53·WBA 플라이급)을 비롯해 김철호(48·전 WBC 슈퍼플라이급), 장정구(46·WBC 라이트플라이급), 박종팔(49·WBA 슈퍼미들급), 고 최요삼(WBC 라이트플라이급) 선수 등 세계챔피언을 13명이나 배출했다.
프로복싱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신인왕전의 명맥은 지난해까지 근근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한국권투위원회는 20일 “제36회 전국 신인왕전을 주최할 프로모션 입찰 공고를 지난 금요일 마감했지만 신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신인왕전은 10개 체급에서 103명이 참가해 텔레비전 중계방송까지 됐고, 올해도 10~12체급에서 110명 가량 참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출전 선수 대전료 1억1000만원(참가선수 140명 기준)을 비롯해 상금, 경기장 대여료, 무대와 조명 시설 등 2억원 가량의 비용을 감당할 프로모션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권투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전체 비용을 감당할 프로모션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권투위가 직접 나서 대회 스폰서를 구할 것인지 아니면 입찰공고 시기를 연기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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