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끝은 어디일까.
엘지가 또 쓰라린 역전패를 당했다. 이번 무대는 광주였고, 횡재한 상대 팀은 기아였다.
엘지는 31일 프로야구 광주 경기에서 연장 11회말 신윤호가 기아 김경언에게 끝내기 2점 홈런을 맞고 9-11로 역전패했다. 기아는 에스케이를 딛고 사흘만에 다시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엘지는 이날도 7회 이병규의 2점 홈런으로 6-3으로 앞섰다. 그러나 8회말 기아 이재주에게 2점 홈런을 맞은 뒤 김종국의 희생 뜬공으로 동점을 허용했다. 엘지는 연장 10회초 무사 1, 3루에서 클리어의 좌월 3점 홈런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끈질기게 엘지를 외면했다. 기아는 10회말 김경언과 김민철의 연속 안타로 만든 1사 1, 3루에서 신인 송산이 3점짜리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날렸다. 9-9 동점. 3천여 광주 팬들은 노란 막대풍선을 치며 환호했다. 그리고 운명의 11회말. 기아의 마해영이 좌전안타를 치고 나가자 엘지 더그아웃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이어 김경언이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으로 4시간26분의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엘지 마무리 신윤호는 또 ‘불쇼’를 보여주며 고개를 떨궜다.
엘지는 올 시즌 유난히 극적인 뒤집기 패를 많이 당했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지난 26일 롯데와의 잠실 경기. 8-0으로 앞서다가 9회 롯데 최준석에게 역전 홈런을 맞고 11-13으로 졌다. 뿐만 아니다. 지난 5일에는 잠실 두산 전에서 홍성흔에게 9회말 2타점 끝내기 안타를 맞고 3-4로 역전패했고, 지난달 5일에도 삼성과의 경기에서 5-2로 앞서다가 8회 4점을 내주고 5-7로 졌다.
삼성은 ‘롯데 킬러’ 전병호의 선발 호투를 앞세워 롯데를 5-2로 꺾고 ‘천적’임을 다시 입증했다. 이로써 삼성은 올 시즌 롯데와의 상대 전적에서 7승2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고, 지난해 6월2일부터 이어온 대구 롯데전 ‘안방 불패’ 행진도 9연승으로 늘렸다. 삼성은 또 5월 한달간 19승(6패)을 거둬 월간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월간 19승 기록은 90년 9월 해태(19승5패) 등 그동안 5번이 있었다.
4위 현대는 잠실에서 두산에 7-4 뒤집기 승을 거두고 3위 롯데와의 승차를 3경기로 줄였다. 현대는 최근 11경기 8승3패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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