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대 김연국이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배 2009 KTA 태권도 격파왕대회’ 위력격파 부문 결선에서 주먹격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가능성 보여준 태권도 격파왕대회
위력·기술 두 종목…관중석 환호와 탄식
위력·기술 두 종목…관중석 환호와 탄식
“하나, 둘, 셋, 넷 ….” 관중들이 입을 맞춰 세는 가운데 12㎜ 두께의 목재 송판이 한 장씩 과자 조각처럼 쪼개져 공중으로 날아갔다. 28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배 태권도격파왕대회. 10장의 송판을 연속 발차기로 한 장씩 빠른 시간 안에 격파하는 연속 뒤후려차기. 선수들은 5~7초 안에 7~10장의 송판을 격파했다. 자신의 힘을 못 이겨 헛발질을 하거나, 차는 사람의 기세에 밀려 송판을 든 사람이 주춤할 땐 관중석에서 웃음도 터져 나온다. 벽돌 기왓장을 깨는 주먹 격파에서는 ‘퍽’ 소리와 함께 기왓장 더미가 무너져내리면 함성과 함께 “아이고, 아프겠다”며 혀를 차는 소리도 들렸다. 전광판의 점수를 기다리는 체육관 식구, 학교 친구들은 자신이 격파하는 양 “으이야, 으이야” 하는 기합 소리를 같이 내질렀다. 이번 대회는 대한태권도협회(KTA)가 그동안 시범에만 머물던 격파를 경기종목화하기 위해 처음으로 마련했다. 지난달 13일 187명이 참가한 치열한 예선을 뚫고 올라온 대학생, 일반인 30명의 ‘격파고수’들이 위력격파(15명)와 기술격파(15명) 2개 부문에서 ‘괴력’을 뽐냈다. 위력격파는 손날, 주먹 격파, 앞차기 등 5개 종목 각각 자신이 원하는 개수만큼 20㎜ 송판(1장에 10점)과 기왓장(주먹은 20㎜, 손날은 30㎜)을 격파해 개수에 따라 점수를 받는다. 기술격파는 체공 3단계 3종차기, 높이뛰어차기 등의 9개 기술 종목에서 심사위원들이 정확한 자세, 격파한 송판(12㎜) 개수를 기준으로 점수를 종합해 순위를 정한다. 대회는 경기종목으로서 격파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송판, 기왓장 한 장 한 장 격파에 환호와 탄식이 오갔고, 젊은 선수들은 격파 전후 경기장 위에서 큰절을 하거나 춤을 추는 ‘쇼맨십’으로 관중들의 함성을 끌어냈다. 멋지게 발과 주먹을 내질렀지만 그대로 남아 있는 송판에 당황하는 선수들의 겸연쩍은 표정과 관중들의 탄식도 놓치기 힘든 장면이었다. “한 번에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훈련한 게 다 날아가요.” 오전 위력격파 예선에서 4위에 오른 태권도 6단 장주동(41·안양 청운도장 관장)씨는 아쉬운 표정으로 “손날격파로 기왓장 12장을 깨야 하는데 10장밖에 못 깼다”며 “겨루기는 만회할 수 있지만, 기회가 한 번뿐인 격파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 무리다 싶은데 격파에 성공할 때 그렇게 기분 좋을 수 없다”면서도 “욕심부리면 끝나고 병원에 간다”며 웃었다. 이날 위력격파왕(상금500만원)에 오른 ‘격파 최고수’ 김태상(30·성균관대 박사과정)씨는 “태권도 천하장사에 오른 기분”이라며 “격파할 때 송판이 조각나는 순간 지옥에서 천당으로 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김씨는 이날 기왓장 24장(손날 11장, 주먹 13장), 송판 25장(앞차기 7장, 돌개차기 8장, 옆·뒤차기 10장) 등 모두 49장을 격파해 490점으로 1위에 올랐다. 정확한 발차기를 겨루는 기술격파왕은 신호철(25·독수리시범단)씨가 총점 796점으로 영광을 안았다. 이날 30명의 선수들이 격파한 송판은 12㎜ 1500여장, 20㎜ 800여장, 기왓장과 블록이 1100여장이었다. 20㎜ 송판 한 장의 강도는 일반 벽돌 기왓장의 1.5배다.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 전무이사는 “격파는 단련을 통해서 자신의 강함과 위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앞으로 외국 선수들에게 문을 열고 국제대회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