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가 지난 10일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 레이크밸리 승마장에서 승마를 배우고 있다. 포천/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나도 해볼까] ▶▶▶ 승마
다리에 착 달라붙는 승마 바지를 입고 부츠를 신고 헬멧을 썼다. 장갑을 끼고 채찍까지 드니 마치 중세 기사가 된 듯했다. 교관이 “잘 어울린다”며 빙그레 웃었다. 거울을 보니 영 어색했다. 내 팔자에 승마라니 …. 제주도에서 조랑말은 타봤지만 승마는 처음이었다.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 레이크밸리 승마장. 흐리고 쌀쌀한 날씨였다. 말은 사람보다 체온이 1~2도 가량 높아 오히려 이런 날이 제격이란다. 인근 우금리에 사는 몇몇 아주머니들이 무료강습회에 초대받아 말을 타는 모습도 보였다.
비스듬히 다가서 목덜미 쓸어주고 폴짝
뽕짝뽕짝 두박자, 앉았다 일어섰다 ‘속보’ ■ 동물과 함께 하는 운동 말 앞에 다가섰다. 교관이 “말은 겁이 많으니 정면으로 다가서면 안된다. 비스듬히 접근해야 한다”며 주의를 줬다. 재갈 물은 말이 불쌍해 보였다. 신기하게도 말은 어금니와 어금니 사이에 빈 공간이 있어 재갈을 물기 딱 좋단다. 승마는 동물과 함께 하는 유일한 올림픽 종목이다. 나와 호흡을 맞출 말의 이름은 폴. 국산마로 올해 열 살이다. 말의 수명이 서른 살 정도니 사람으로 치면 스물다섯 살 정도의 팔팔한 말이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외로움을 잘 타니 빨리 친해지기 위해서란다. 말의 왼편에 서서 고삐를 오른손으로 쥐고 말을 끌었다. 승마장에 도착했다. 교관은 “폴은 한 번도 사람을 낙마시킨 적이 없는 순한 말”이라며 안심시켰다. ■ 혓소리에 재미는 붙고 드디어 말에 올라탔다. 1m70 정도의 높이란다. 자세부터 교정했다. 허리를 쭉 펴고 시선은 말의 머리 위 10~20m 전방을 바라봤다. 교관은 “시선이 말의 머리를 향하면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지고 엉덩이도 뒤로 물러나 균형잡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삐 쥔 손이 가장 어려웠다. 교관은 “고삐만 잘 쥐고 있으면 낙마하더라도 발이 먼저 떨어져 덜 다친다”고 설명했다. 고삐 쥔 주먹은 태권도 첫 동작처럼 자연스럽게 배꼽 앞에 뒀다. 교관은 고삐를 좀 더 바짝 당겨잡으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말이 아플까봐 신경이 쓰였다.
말의 걸음걸이는 속도에 따라 평보(waking), 속보(trot), 구보(canter), 습보(gallop)로 나뉜다. 1분에 평보는 110m, 속보는 220m, 구보는 320m, 습보는 1㎞를 달린다. 평보로 걷다가 혓소리를 내면 속보로 빨리 걸었다. 교관은 “허벅지를 말에 밀착시키고 하체를 고정하라”고 했다. 말이 속도를 내니 처음엔 겁이 났지만 점점 재미가 붙었다. 입이 얼얼할 정도로 연방 혓소리를 냈다. 이따금 채찍질도 했다. ■ 뽕짝뽕짝 두 박자 운동 속보에는 엉덩이를 안장에 밀착시키는 좌속보와, 말의 걸음걸이에 맞춰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경속보가 있다. 속보를 ‘트로트’라고 하는 것도 뽕짝뽕짝하는 두 박자 운동이기 때문이란다. 좌속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경속보를 시도했다. 교관의 ‘하나 둘’ 구령에 맞춰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지만 도저히 구령을 따라갈 수 없었다. 두 발을 뒤로 제쳐야 쉽게 일어설 수 있는데, 자꾸만 앞으로 나갔다. 1시간 가까이 말을 타니 이마에 구슬땀이 맺혔다. 상체를 안장에 밀착시키면서 미끄러지듯이 내려선다. 다음날 아침 허벅지 안쪽이 몹시 아팠다. 말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다리에 너무 힘을 준 탓이다. 이상학 레이크밸리 대표는 “말은 신체 균형을 잡아주고 장기능과 폐활량이 좋아지는 전신운동”이라며 “특히 급한 성격이 차분해지고, 자폐아의 심리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승마는 전국 200여개 승마장에서 즐길 수 있다. 비용은 대개 한 번에 4만~5만원 가량이고, 10회에 레슨비 포함 50만원 정도다. 지방으로 갈수록 조금 싸다. 한국마사회 누리집에 나온 무료승마강습회를 활용하면 좋다. 포천/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뽕짝뽕짝 두박자, 앉았다 일어섰다 ‘속보’ ■ 동물과 함께 하는 운동 말 앞에 다가섰다. 교관이 “말은 겁이 많으니 정면으로 다가서면 안된다. 비스듬히 접근해야 한다”며 주의를 줬다. 재갈 물은 말이 불쌍해 보였다. 신기하게도 말은 어금니와 어금니 사이에 빈 공간이 있어 재갈을 물기 딱 좋단다. 승마는 동물과 함께 하는 유일한 올림픽 종목이다. 나와 호흡을 맞출 말의 이름은 폴. 국산마로 올해 열 살이다. 말의 수명이 서른 살 정도니 사람으로 치면 스물다섯 살 정도의 팔팔한 말이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외로움을 잘 타니 빨리 친해지기 위해서란다. 말의 왼편에 서서 고삐를 오른손으로 쥐고 말을 끌었다. 승마장에 도착했다. 교관은 “폴은 한 번도 사람을 낙마시킨 적이 없는 순한 말”이라며 안심시켰다. ■ 혓소리에 재미는 붙고 드디어 말에 올라탔다. 1m70 정도의 높이란다. 자세부터 교정했다. 허리를 쭉 펴고 시선은 말의 머리 위 10~20m 전방을 바라봤다. 교관은 “시선이 말의 머리를 향하면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지고 엉덩이도 뒤로 물러나 균형잡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삐 쥔 손이 가장 어려웠다. 교관은 “고삐만 잘 쥐고 있으면 낙마하더라도 발이 먼저 떨어져 덜 다친다”고 설명했다. 고삐 쥔 주먹은 태권도 첫 동작처럼 자연스럽게 배꼽 앞에 뒀다. 교관은 고삐를 좀 더 바짝 당겨잡으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말이 아플까봐 신경이 쓰였다.
말의 걸음걸이는 속도에 따라 평보(waking), 속보(trot), 구보(canter), 습보(gallop)로 나뉜다. 1분에 평보는 110m, 속보는 220m, 구보는 320m, 습보는 1㎞를 달린다. 평보로 걷다가 혓소리를 내면 속보로 빨리 걸었다. 교관은 “허벅지를 말에 밀착시키고 하체를 고정하라”고 했다. 말이 속도를 내니 처음엔 겁이 났지만 점점 재미가 붙었다. 입이 얼얼할 정도로 연방 혓소리를 냈다. 이따금 채찍질도 했다. ■ 뽕짝뽕짝 두 박자 운동 속보에는 엉덩이를 안장에 밀착시키는 좌속보와, 말의 걸음걸이에 맞춰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경속보가 있다. 속보를 ‘트로트’라고 하는 것도 뽕짝뽕짝하는 두 박자 운동이기 때문이란다. 좌속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경속보를 시도했다. 교관의 ‘하나 둘’ 구령에 맞춰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지만 도저히 구령을 따라갈 수 없었다. 두 발을 뒤로 제쳐야 쉽게 일어설 수 있는데, 자꾸만 앞으로 나갔다. 1시간 가까이 말을 타니 이마에 구슬땀이 맺혔다. 상체를 안장에 밀착시키면서 미끄러지듯이 내려선다. 다음날 아침 허벅지 안쪽이 몹시 아팠다. 말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다리에 너무 힘을 준 탓이다. 이상학 레이크밸리 대표는 “말은 신체 균형을 잡아주고 장기능과 폐활량이 좋아지는 전신운동”이라며 “특히 급한 성격이 차분해지고, 자폐아의 심리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승마는 전국 200여개 승마장에서 즐길 수 있다. 비용은 대개 한 번에 4만~5만원 가량이고, 10회에 레슨비 포함 50만원 정도다. 지방으로 갈수록 조금 싸다. 한국마사회 누리집에 나온 무료승마강습회를 활용하면 좋다. 포천/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