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기자(오른쪽)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 내리막길에서 권영학(43·엠티비아카데미 코치)씨에게 산악자전거 타는 자세를 배우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나도 해볼까] 산악자전거
팔의 힘 빼고 엉덩이 들고 시선은 전방으로
공포심에 온근육 긴장…어느새 잡념 사라져
팔의 힘 빼고 엉덩이 들고 시선은 전방으로
공포심에 온근육 긴장…어느새 잡념 사라져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소설가 김훈의 수필집 <자전거 여행>의 한 구절이다. 지난달 28일 심장과 다리를 엔진 삼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자락을 산악자전거(MTB)로 오르내렸다. ‘산악자전거 새내기’가 자전거 및 산과 씨름했던 2시간은 길기만 했다. ■ 공포심 극복 30도 정도의 내리막길을 앞에 두고도 자전거와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낙엽이 깔린 고요한 산길 대신 평소 눈에 띄지 않던 나무 그루터기, 바위 등 장애물만이 크게 확대돼 겁에 질린 눈에 들어왔다. 한국 산악자전거 1세대 선수 출신으로 20여년 동안 산악자전거와 함께 해온 권영학(43·엠티비아카데미 코치)씨는 “너무 겁먹었어요. 팔의 힘을 빼고 시선은 전방을 보세요”라고 했다. 용기를 내 바퀴를 굴렸지만 공포심에 금새 브레이크를 잡아버렸다. 팔부터 온몸으로 묵직한 고통이 퍼지고 자전거는 기우뚱하며 멈췄다. 이 때부터 조용한 산속에 권 코치의 ‘엄한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페달은 수평으로, 양쪽 다리를 쭉 펴고 엉덩이를 안장에서 뗍니다. 시선은 전방이요.” 내리막길에선 페달을 움직이지 않고 경사에 자연스레 몸과 자전거를 맡기면 된다. 적당한 힘으로 브레이크를 잡고 속도를 줄이며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브레이크를 세게 잡으면 앞으로 고꾸라질 위험이 있다. 오르락내리락 여러 차례의 실패 끝에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에 서늘한 바람이 스쳤다. “잘했다”는 말이 들렸다. ■ 내 몸이 기어 오른쪽 핸들 밑에 달린 기어를 조정하고 오르막길에 들어섰다. 핸들을 꽉 움켜진 팔부터 고통이 시작됐다. 고통은 허벅지, 허리, 몸의 모든 근육을 쥐어 짰다. 얕은 둔턱도 이를 악물지 않으면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다. 산악자전거에는 27단까지 기어가 있지만 ‘내 몸이 기어’다. 권 코치는 “회전이 빠르면 호흡이 벅차다”며 “한 번에 빨리 올라가려 생각하지 말고 지형에 따라 호흡과 다리 회전을 맞춰서 기어를 조정하면 된다”고 충고했다.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페달을 밟는 무릎과 다리를 11자로 붙이고 최대한 몸을 움츠려 힘을 한 곳으로 모은다. 양쪽으로 다리가 벌어질수록 힘은 쓸데없는 곳으로 간다. 저만치 앞서가던 권 코치는 “스트레스, 잡념이 사라지고 내 몸과 산에 몰입하게 된다”며 “동네 뒷산, 가까운 산 등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웃었다. 고통은 여전했지만 고즈넉한 산길과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눈에 들어왔다. 구불구불한 산길로 바퀴와 몸이 계속 굴러갔다. ■ 무모함은 금물 긴장으로 뭉친 온몸의 근육이 시원하게 풀리는 느낌을 받을 즈음 출발했던 곳이 나왔다. “전신운동”이라는 말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충격을 흡수해준 산악자전거 옷과 헬멧, 무릎·팔목보호대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권 코치는 “입문자는 2시간씩 3번 정도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고 자세를 숙지하면 쉬운 코스를 시작할 수 있다”며 “자신의 키와 몸에 맞는 자전거를 고르고 보호대를 꼭 착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전거라고 만만하게 보면 큰코 다친다”며 “처음부터 무모하게 험한 코스를 혼자 주행할 경우 넘어지거나 굴러 떨어져 사고를 당할 수 있다”고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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