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권(27·국군체육부대)
[36.5℃ 데이트] 고양역도세계선수권 무제한급 금메달 안용권
3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나 악수를 나눈 ‘일병’ 안용권(27·국군체육부대)의 손은 굳은살 투성이였다. 그는 “손이 크고 손가락이 길쭉해 (장)미란이도 부러워 하는 손”이라며 활짝 웃었다. 지난달 29일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445㎏(인상198㎏+용상247㎏)으로 한국 역도 사상 남자 105㎏이상급(무제한급) 합계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들어올린 손이었다.
기록 향상을 위해 “지금의 체중(142㎏)을 계속 늘려야 한다”고 걱정인 안용권과 역도 선수라면 뗄려야 뗄 수 없는 ‘무게’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기록 올리려다 무리
2004년 부상 뒤 슬럼프 ■ 80㎏ 인천남중 1학년 안용권의 키는 165㎝, 몸무게는 80㎏이었다. ‘덩치만 큰 약골’로 부모님의 걱정을 받는 3남매 중 막내였다. 큰 덩치는 지금도 은사로 모시는 신문우 선생님의 눈에 띄었다. 그는 “씨름은 하기 싫었고,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목표로 역도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물론 그의 착각은 단숨에 깨졌다. “너는 먹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에 체중은 늘어만 갔고, 고1 때 이미 120㎏을 돌파했다. “찬합으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는데 한 끼에 먹는 양이 압력밥솥 크기 한 솥이었다”는 그는 “어린 마음에 이렇게 먹는데 어떻게 살을 뺄지 걱정도 많이 했다”고 했다. 다이어트에는 실패했지만 뚱뚱했던 몸은 점점 근육질로 변해갔고, 친구들보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그를 무제한급 역도 선수로 발전시켰다. 대표팀이 돼서야 알게됐지만, 팔·다리가 길고 상하체 지방분포가 비슷한 그의 몸은 역도에 타고난 체형이었다. “먹는 게 스트레스”
체중 늘려야 유리 ■ 206㎏ 지난 6월 한·중·일 대회에서 안용권은 김태현의 인상 한국기록(205㎏)을 206㎏으로 갈아치우며 3관왕에 올랐다. 그는 “부활이었다”고 했다. 고2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처음 뽑히며 한국 역도의 간판스타 김태현(39·고양시역도연맹회장)을 잇는 재목으로 주목받던 그에게 2004년 부상이 찾아왔다. 올림픽을 앞두고 기록을 올리려다 몸에 무리가 따른 게 탈이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8위(427.5㎏)에 그친 뒤 무릎 부상으로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텔레비전으로 지켜봐야 했다. 그는 “부상으로 밸런스와 근력, 정신이 모두 떨어졌다”며 “한때 운동을 그만두고 밥 벌어먹을 궁리를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중학교 시절부터 “너는 나중에 빛을 본다”며 채찍질했던 신문우, 김경식(인천시청 감독) 두 스승과 베이징올림픽에서 뛰던 동료들의 모습이었다. 두 스승은 “너 만한 자질을 가진 선수는 없다”고 격려했다. 안용권 스스로도 동료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저기 있어야 하는데 …’라는 오기가 생겨 슬럼프를 털고 일어섰다.
■ 472㎏ 자신이 가입한 이종격투기 카페에 올라오는 응원글과 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들로 인해 유명세를 실감한다는 그는 “요새 잠을 잘 못 자겠다. 자고 일어나면 시합 전으로 돌아갈 것만 같아 두렵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이제 세계신기록 472㎏을 향해 있다. “먹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는데 체중 때문에 남들보다 두세 배 먹어야 하는 것이 스트레스”라는 그는 “보다 힘을 쓰려면 몸무게를 150㎏은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세계신기록에 아직 못 미치고 이번 대회에 경쟁자들도 불참했지만 쫓아가는 사람이 편하다”며 “최소 2012 런던올림픽까지 선수 생활을 하며 도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2004년 부상 뒤 슬럼프 ■ 80㎏ 인천남중 1학년 안용권의 키는 165㎝, 몸무게는 80㎏이었다. ‘덩치만 큰 약골’로 부모님의 걱정을 받는 3남매 중 막내였다. 큰 덩치는 지금도 은사로 모시는 신문우 선생님의 눈에 띄었다. 그는 “씨름은 하기 싫었고,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목표로 역도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물론 그의 착각은 단숨에 깨졌다. “너는 먹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에 체중은 늘어만 갔고, 고1 때 이미 120㎏을 돌파했다. “찬합으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는데 한 끼에 먹는 양이 압력밥솥 크기 한 솥이었다”는 그는 “어린 마음에 이렇게 먹는데 어떻게 살을 뺄지 걱정도 많이 했다”고 했다. 다이어트에는 실패했지만 뚱뚱했던 몸은 점점 근육질로 변해갔고, 친구들보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그를 무제한급 역도 선수로 발전시켰다. 대표팀이 돼서야 알게됐지만, 팔·다리가 길고 상하체 지방분포가 비슷한 그의 몸은 역도에 타고난 체형이었다. “먹는 게 스트레스”
체중 늘려야 유리 ■ 206㎏ 지난 6월 한·중·일 대회에서 안용권은 김태현의 인상 한국기록(205㎏)을 206㎏으로 갈아치우며 3관왕에 올랐다. 그는 “부활이었다”고 했다. 고2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처음 뽑히며 한국 역도의 간판스타 김태현(39·고양시역도연맹회장)을 잇는 재목으로 주목받던 그에게 2004년 부상이 찾아왔다. 올림픽을 앞두고 기록을 올리려다 몸에 무리가 따른 게 탈이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8위(427.5㎏)에 그친 뒤 무릎 부상으로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텔레비전으로 지켜봐야 했다. 그는 “부상으로 밸런스와 근력, 정신이 모두 떨어졌다”며 “한때 운동을 그만두고 밥 벌어먹을 궁리를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중학교 시절부터 “너는 나중에 빛을 본다”며 채찍질했던 신문우, 김경식(인천시청 감독) 두 스승과 베이징올림픽에서 뛰던 동료들의 모습이었다. 두 스승은 “너 만한 자질을 가진 선수는 없다”고 격려했다. 안용권 스스로도 동료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저기 있어야 하는데 …’라는 오기가 생겨 슬럼프를 털고 일어섰다.
3일 태릉선수촌 역도훈련장에서 만난 안용권은 시종 밝은 표정으로 자신과 역도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아래는 굳은살 투성이의 두 손.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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