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혁이 13일(한국시각) 미국 유타주에서 계속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스피드스케이팅 5차대회 남자 500m 2차레이스에서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유타/AFP 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월드컵 5차 500m 금 2개
밴쿠버올림픽서 한국 최초 금메달 노려
밴쿠버올림픽서 한국 최초 금메달 노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규혁(31·서울시청)에겐 언제나 ‘맏형’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33살, 국가대표 중 유일한 70년대생이다. 중학교 1학년이던 1991년 태극마크를 단 뒤 18년째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단거리 간판 노릇을 했다. 97년 1000m에 이어 2001년 1500m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세계 무대에서도 실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는 지독히도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다. 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를 시작으로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까지 4차례나 올림픽 문을 두드렸지만 토리노 1000m에서 0.04초 차로 4위에 오른 것이 최고다. “큰 무대에 약하다”는 평가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은퇴까지 고민했던 그는 2007~2008년 국제빙상연맹(ISU)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하며 스케이트 끈을 고쳐 맸다. 지난 1월 대회에서 경기 중 넘어지며 3연패를 놓쳤지만 이규혁은 “다시 도전하겠다. 올림픽에 온 힘을 다할 것이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여름 내내 자신을 채찍질한 이규혁은 ‘맏형’이란 말이 무색하게 펄펄 날고 있다. 그는 1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린 5차 대회 남자부 디비전A(1부리그) 500m 2차 레이스에서 34초26으로 후배 이강석(24·의정부시청)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1차 레이스에 이어 이틀 연속 금메달이다. 지난 11월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500m 은메달을 시작으로 4차 대회에선 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을 목에 건 뒤 계속되는 상승세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겨울올림픽에서 92년 김윤만(은메달)과 2006년 이강석(동메달)만이 메달을 땄다. 이규혁이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다섯 번째 도전하는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최초의 금메달도 노려볼 만하다. 그는 14일 1000m에서도 메달 사냥에 나선다.
한편, 이날 여자부 단거리 간판 이상화(20·한국체대)도 500m 2차 레이스에서 37초24로 이틀 연속 동메달을 목에 걸며 밴쿠버 메달 전망을 밝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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