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오빠! 아빠 말인데 …, 사실은 간암 말기야.” 백인선(29·창원 LG)의 가슴은 무너져내렸다. 지난달 6일 전자랜드와의 인천 원정경기가 끝난 뒤였다. 당뇨가 조금 있었지만 간암은 상상도 못했다. 가족들은 경기에 지장을 줄까봐 이 사실을 숨겨오다 뒤늦게 알렸다. 지난 8일 동부와의 창원 안방경기. 백인선의 아버지 백춘식(55)씨가 경기장을 찾았다. 백인선은 너무 반가웠다. 하지만 아버지의 야윈 모습에 다시 한 번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변현수(23·서울 SK)는 느낌이 이상했다. 지난 20일 동안 집에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지난 3일 오리온스와의 원정경기를 위해 대구에 내려갔다. 고향(부산)이 가까워지니 더욱 집이 그리웠다. 다시 한 번 통화 버튼을 눌렀다. 형이 받았다. 그리고 듣지 말았어야 할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중이시다.” 변현수는 엉엉 울었다. 팀 선배 문경은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고, 김진 감독의 배려로 이날 밤 부산으로 내려갔다. 고비는 넘겼지만 마비증세는 여전하다고 했다. 아버지 변점식(56)씨의 어눌한 말투에 변현수는 또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아버지는 “내일 시합이니 얼른 가라”고 했다. 아버지와의 면회 시간은 불과 20~30분. 변현수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대구로 옮겼다. 두 선수는 요즘 아버지의 쾌유를 간절하게 빌고 있다. 백인선은 경기 직전 애국가가 울릴 때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기도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버지를 위한 기도다. 변현수는 얼마 전 휴대전화 컬러링을 김종서의 <아버지>라는 노래로 바꿨다. “나 태어나기 이전부터 나를 기다려왔다는/ …/ 사랑하는 내 아버지”라는 가사가 애절하다. 두 선수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코트에서 더욱 의욕적으로 뛰고 있다. 백인선은 2004년 프로 데뷔 뒤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 오리온스에서 엘지로 트레이드된 뒤 몸무게를 12㎏이나 줄이며 ‘지옥훈련’을 감내한 결과다. 경기당 9.3득점, 2.4 튄공잡기로 두 부문 모두 팀내 순수 국내 선수 중 가장 높다. 그의 아버지는 전남 영암으로 이사해 월출산을 오르내리며 삶의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올해 명지대를 졸업한 새내기 변현수도 경기당 평균 9득점으로 맹활약하며 신인왕까지 넘보고 있다. 그는 “언론에 인터뷰가 많이 나와야 아버지가 기뻐할 것”이라고 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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