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열린 서울 SK 나이츠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에서 서장훈이 SK 김민수의 수비를 피해 슛을 쏘고 있다. KBL 제공
몸 사리지 않는 골밑 돌파…전자랜드 상승세 주도
‘국보급 센터’ 서장훈(35·207㎝)의 올 시즌은 험난하기만 하다. 소속팀 인천 전자랜드가 지난달 21일 13연패를 끊기 전까지 그는 연패의 주범으로 몰렸다. “개인 플레이만 한다”, “수비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부터 “경기 중 표정이 좋지 않다”는 비난까지 모든 화살은 그에게 쏠렸다. 그는 “깜깜한 동굴, 터널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다.
오랜 마음고생 뒤 동굴을 빠져나온 서장훈은 달라져 있었다. ‘내 탓’이라는 생각은 한층 성숙한 플레이와 팀을 이끄는 책임감으로 연결됐다. 서장훈의 활약을 앞세운 최하위 전자랜드는 13연패 뒤 5승5패로 힘을 내고 있다.
서장훈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곽으로 겉돌며 슛을 던지던 그는 적극적으로 골밑 몸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3점슛이나 미들슛도 완벽한 기회에 시도했다. 자연스레 슛 성공률도 높아졌다. 그는 15일 서울 에스케이(SK)와의 경기에서 13개의 야투를 던져 12개를 넣으며 팀 승리의 밑바탕이 됐다. 최근 두 경기에서 27개의 슛을 던져 26개를 넣는 절정의 슛감각을 보이고 있다. 수비에서도 상대 ‘빅맨’들에게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그는 이날 프로농구 최초로 통산 4500개의 튄공잡기를 기록하는 기쁨도 누렸다.
‘맏형’으로서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책임감도 달라졌다. 그는 이날 경기 뒤 “지난 시즌에는 선수 구성, 환경 등이 지금보다 나았지만 올해는 여러 가지가 겹쳐서 성적이 좋지 못하다”며 “내 책임을 통감한다”고 털어놨다. 여전히 어려운 팀 상황이지만 서장훈은 ‘근성’을 강조했다. “4쿼터 집중력이 떨어져 아쉽게 진 경기가 많았는데, 선수들이 더 근성 있는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나부터 후배들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열심히 뛴다”고 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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