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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출발선 갑자기…다리가 떨렸다

등록 2009-12-17 21:32수정 2009-12-17 21:36

이규혁(31·서울시청)
이규혁(31·서울시청)
[36.5℃ 데이트]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맏형 이규혁
“18년이요? 금방 지나가버린 것 같아요.”

17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만난 이규혁(31·서울시청)에게 18년 동안의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생활은 ‘순식간’이었다. 아직 ‘은퇴’와 ‘맏형’이라는 말이 어색하다는 그는 이달 치른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5차대회에서 금메달 3개(500m), 은메달 2개(1000m)를 따내며 30대에도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출전으로 5번째 올림픽 문을 두드리는 이규혁으로부터 18년 동안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피겨·스케이팅 대표 부모
어릴적 ‘빙속 신동’ 소리

■ 20대의 목마름 “대단하고 싶었다. 목말랐다고 해야 할까.” 그는 20대의 선수생활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전부였다”고 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전 국가대표 이익환(63)씨, 피겨 전 국가대표 감독 이인숙(53)씨를 부모로 둔 그에게 어린 시절 스케이트장은 ‘놀이터’였다. 자연스레 스케이팅을 시작한 그는 중학교 1학년이던 1991년 태극마크를 달고 ‘빙속 신동’ 소리를 들으며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계보인 이영하-배기태-김윤만을 잇는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97년 1000m에 이어 2001년 1500m 세계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올림픽이 문제였다. 94년 노르웨이 릴리함메르부터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까지 4차례의 겨울올림픽에서 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큰 무대는 부담이 됐고, 운도 따르지 않았다. 이규혁은 “2002년 때는 500m대회 출발선에서 다리가 떨렸다. 말도 안되는 순간이 갑자기 찾아왔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김관규(42) 대표팀 감독도 “98년 나가노겨울올림픽에서 긴장해서 입술이 하얗게 됐던 규혁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웃었다.

유독 인연없는 올림픽
“5수째, 여유가 생겼다”

■ 30대의 여유 이규혁은 “지금도 대단하고 싶다는 마음은 그대로지만 여유가 있다. 혹시 못한다고 해도 괜찮다는 마음”이라며 “운동하면서 많이 배우는 것 같다”고 ‘맏형’의 마음을 털어놨다.

올림픽과 악연으로 은퇴까지 고민했던 그는 2006년 토리노겨울올림픽 다음해 열린 2007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며 부활했다. 그 사이 주변의 선·후배가 바뀌었고, 오랜 대표 생활로 태릉선수촌 경비 아저씨까지 친한 태릉 ‘터줏대감’이 됐다. 국제대회에 가면 자신과 경쟁하던 외국 선수들이 코치가 돼 만나게 됐다. 대표팀의 유일한 70년대생이고, 외국에서도 그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이 4~5명에 지나지 않는다.


대신 그에겐 이제 ‘말도 안되는 순간’이 없다. 4번의 올림픽을 치르며 경험은 쌓여갔고 여유가 생겼다. 20대 열중했던 과도한 웨이트트레이닝을 버리고, 자신의 몸에 맞게 운동을 바꿨다. 올 여름은 도로사이클 훈련과 5㎏ 체중감량을 통해 몸상태도 최고로 끌어올렸다. 그는 “체력도 중요하지만 요령도 생겼다”며 “국제대회에 나가도 익숙해서 당황하거나 부담 느끼는 것도 적다”고 30대의 ‘전성기’를 설명했다. “한국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에 내 책임도 느낀다”는 그는 “잘하는 후배들이 여러명이다. 후배들이라도 첫 금메달을 따면 좋겠다”고 ‘맏형’으로서의 책임감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아직 후배들과 다름 없는 ‘스프린터’다. 그는 내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대해 “나를 평가하는 시험, 아직 성공한적 없는 시험”이라며 “이번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 메달 색깔 생각보다는 내가 가진 기량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각오를 밝혔다.

글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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