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재고와 양정고의 럭비 정기전이 올해로 꼭 50주년을 맞았다. 두 학교가 정기전에서 치열한 공 다툼을 벌이고 있다.
“우리 배재학당, 배재학당 노래합시다. 노래하고 노래하고 다시 합시다~”(배재고 교가) “은혜로 열려진 기름진 밭, 귀엽게 기르는 새나무 싹. 삼각산 이슬과~”(양정고 교가) 교가도 평범치 않은 두 학교가 럭비공 하나로 60년 우정을 쌓고 있다. 올해로 개교 100주년을 맞은 양정고와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배재고. 두 학교는 11일 낮 12시30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꼭 50번째(한국전쟁과 계엄령으로 10차례 무산) 럭비 정기전을 치른다. 11일 50회 정기전…연·고전보다 앞선 1946년 시작
재학생부터 백발선배까지 응원전…한창땐 3만명 운집 정동골 왕호랑이(배재)와 봉래골 왕독수리(양정)가 맞붙는 날이면 교복입은 재학생은 물론, ‘넥타이부대’부터 희끗한 노인까지 수많은 동문들이 ‘축제’를 즐기러 모인다. 오랜 역사가 말해주듯 한창 인기 있을 때는 동대문운동장에 3만명이나 모여 들었다. 연-고전보다 오래된 정기전= 두 학교는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 다음으로 빠른 1930년(양정)과 31년(배재) 6개월 터울로 럭비부를 만들었다. 당시 일본에 럭비로 맞섰던 두 학교는 교육자였던 고 변창환 선생의 제안으로 해방 이듬해인 46년부터 정기전을 가졌다. 54년에 생긴 연-고전이나 3군사관학교 정기전보다도 8년이나 빠른 국내 최초의 정기전이다.
서로 ‘배양전’ 또는 ‘양배전’이라고 입씨름을 하기도 하지만, 올해는 50주년을 맞아 공동 주최하고 양정의 개교 100주년을 축하하는 뜻으로 ‘양배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입장식 때는 지금도 고 변창환 선생의 유족이 시합구를 심판에게 증정하는 의식이 남아있다. 재학생(YB)과 졸업생(OB) 두 경기가 열리는데, 전적에 포함되는 진짜배기는 졸업생간의 격돌이다. 전적은 49전 25승7무17패로 양정이 앞선다. 양정이 최근 4년 연속 내리 승리하며 격차를 더욱 벌렸다. 지난해부터는 40살 이상 경기를 추가해 3경기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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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 국가대표는 “우리의 차지”= 럭비로 쌓은 우정은 자연스레 국내 럭비 발전으로 이어졌다. 두 학교 출신은 해마다 평균 4~5명씩 국가대표를 배출했다. 한 때 국가대표 22명 가운데 17명이 두 학교 출신으로 채워진 적도 있다. 고교 럭비부가 18개 학교인 점을 감안하면 두 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정기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화려한 응원이다. 두 학교의 상징인 호랑이와 독수리가 움직이는 모습의 카드섹션과 웃옷을 벗은 맨몸 응원, 다양한 응원가는 한 때 대학에서도 견학을 올 만큼 유명했다. 격렬한 경기를 치른 뒤 승자도 패자도 하나가 돼 어깨동무하는 모습은 오랜 전통이다. 배재고 럭비부 동문회 신국주(52) 부회장은 “어떤 모임에 양정고 출신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양정 교가를 먼저 부른 뒤 배재 교가를 부른다”며 우애를 과시했고, 양정고 럭비부 표중근(44) 감독은 “럭비로 맺어진 우정은 두 학교를 한 동문으로 만들었다”고 흐뭇해했다. 두 학교는 럭비를 통해 정직과 희생정신도 배웠다. 신 부회장은 “럭비는 노력없이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정직한 스포츠”라고 말했고, 표 감독은 “나는 죽어도 공을 살리는 럭비에서 희생정신을 배운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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