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소연(13·나주초), 김해진(13·관문초).
피겨종합선수권 김해진 우승, 박소연 3위 차지
김연아와 같은 성장속도…선수 등록수도 늘어
김연아와 같은 성장속도…선수 등록수도 늘어
‘김연아 키즈’가 뜨고 있다.
스포츠 선수들은 어린 시절 ‘선배’들의 활약을 보고 운동을 시작하거나, 자극을 받으며 성장한다. ‘박세리 키즈’가 좋은 예다. 지난 1998년 박세리(33)가 유에스(US) 여자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우승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본 뒤 전국에는 무수히 많은 ‘박세리 키즈’들이 생겨났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를 휩쓸었던 신지애(22·미래에셋)와 최나연(23·에스케이텔레콤) 등이다.
지난 10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제2의 김연아’ 탄생에 술렁거렸다. 제64회 피겨종합선수권대회 여자 부문에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는 김해진(13·관문초)이 총점 148.78점으로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곽민정(134.23점)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김해진은 12살 때 이미 트리플 악셀(공중 3.5회전)을 제외한 5가지 트리플 점프를 뛰며 지난해 12월에 열린 2009 피겨꿈나무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다. 김연아와 같은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피겨 관계자들은 “김연아와 비교할 만하다”고 기대를 보이고 있다. 박소연(13·나주초)도 ‘초등학생 돌풍’을 주도했다. 박소연은 총점 127.77로 고등학교, 대학교 언니들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피겨를 시작한 것은 김연아가 이름을 알리기 전이지만 이들은 김연아가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김해진을 가르치는 한성미 코치는 “연아를 통해 해진이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꿈을 가지는 것 같다”며 “열심히 쫓아가려다보니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곽민정(16·수리고) 역시 “연아 언니가 롤모델”이라며 “긴장하지 않는 언니의 자신감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김연아 효과’는 선수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2006년 237명, 2007년 267명, 2008년 229명으로 200명대를 유지하던 피겨 등록선수는 김연아가 국제무대에 ‘피겨여왕’으로 우뚝 선 지난해 348명으로 늘었다. 이지희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부회장은 “아무래도 김연아 선수의 영향으로 어린 선수들이 늘고 있다”며 “지난해 꿈나무대회 때도 초등학생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연아를 통해 피겨에 입문한 ‘김연아 2세대’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 코치도 “선수들이 많아져 경쟁이 되는 것 같아 좋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이 보인다”며 “김연아 선수 어린 시절보다 예술적 표현력에서 더 나은 선수들도 보인다”고 기대를 보였다. “김연아가 국제무대에 나가면서 급성장했다면, 초등학생 선수들은 국내에서 김연아의 활약을 보고 성장한다”는 게 이 부회장의 말이다.
김연아 역시 여자 피겨의 전설 미셸 콴(30·미국)을 보며 성장했다. “연아 언니를 보며 스케이트 열정을 키웠다”는 피겨 선수들이 김연아의 뒤를 이어 2014·2018년 겨울올림픽 빙판을 수놓을 수 있을까.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사진 연합뉴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사진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