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스위스·왼쪽)가 31일(한국시각)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전 후 열린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준우승자 앤디 머리(영국)는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멜버른/AP 연합뉴스
호주오픈, 앤디 머리 눌러
여자부 서리나는 에냉 꺾어
여자부 서리나는 에냉 꺾어
1년 전 멜버른파크 로드 레이버 아레나. 로저 페더러(29·스위스·세계 1위)는 펑펑 눈물을 쏟았다. 치열한 접전 끝에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에게 져 준우승에 머문 때문이었다. 경기장 안팎에서 늘 포커페이스를 자랑하던 그가 뜻밖의 눈물을 흘리자 ‘챔피언’ 나달은 어쩔 줄 몰라하며 그에게 “미안하다”고까지 했다.
1년이 흐른 31일(한국시각) 같은 곳. 페더러는 활짝 웃었다. 남자단식 결승에서 2시간41분 만에 천적인 앤디 머리(23·영국·4위)를 3-0(6:3/6:4/7:6)으로 누른 직후였다. 2004·2006·2007년에 이은 호주오픈 네번째 우승이자, 메이저대회 통산 16번째 우승. 지난해 7월 여자 쌍둥이 아빠가 된 이후 처음 품에 안은 그랜드슬램 트로피이기도 했다. 우승상금은 210만호주달러(약 21억7000만원).
다소 싱거운 결승전이었다. 양쪽 코너를 찌르는 날카로운 샷과 틈만 나면 네트 쪽으로 달려들어 상대 코트에 내리꽂는 발리는 머리를 꼼짝 못하게 했다. 서브 에이스는 11개(머리 10개)가 나왔다. 페더러는 “올해는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코트에 오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자리에 서고 싶다”고 밝혔다.
영국 선수로는 74년 만에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렸던 머리는 첫번째 서브 성공률이 55%(더블폴트 4개)에 머물며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경험에서 밀린 것도 컸다. 페더러는 이번이 22번째 메이저대회 결승인 데 견줘 머리는 생애 두번째 메이저대회 결승 무대였다. 시상식에서 눈물을 글썽인 머리는 “페더러처럼 좋은 경기는 못 보여줬지만, (작년) 페더러처럼 울 수는 있다”며 좌중을 미소짓게 했다.
전날(30일) 열린 여자단식 결승에서는 서리나 윌리엄스(미국·1위)가 ‘컴백퀸’ 쥐스틴 에냉(벨기에)을 2-1(6:4/3:6/6: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호주오픈 5번째이자, 메이저대회 통산 12번째 우승이다. 짝수해에 열리는 호주오픈에서 우승하지 못했던 징크스도 깼다. 여자복식 우승 상금(각 22만5000호주달러)까지 합해, 통산상금은 3063만달러(354억여원)가 됐다. 여자 스포츠 선수들 중 지금껏 상금으로만 3000만달러 넘게 번 선수는 서리나가 유일하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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