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선수 ‘최대어’로 꼽힌 재로드 스티븐슨(35·한국명 문태종)이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신인 및 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인천 전자랜드에 지명된 뒤 유도훈 감독대행(왼쪽)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농구 드래프트…KT&G는 국내선수 1·2순위 싹쓸이
“인천 전자랜드가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 1순위입니다.”
3일 2010 프로농구연맹(KBL) 드래프트가 열린 서울 교육문화회관. 진행자의 말이 떨어지자 ‘앗싸’하는 탄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행운의 여신은 지난해 귀화 혼혈 선수를 선발하지 않은 5개 구단(동부, 모비스, 오리온스, 전자랜드, 에스케이)가운데 추첨을 통해 전자랜드를 택했다. ‘대박’ 을 잡은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대행은 주저 없이 문태영(32·창원 엘지)의 형 재로드 스티븐슨(35·한국이름 문태종)을 지명했다. 지난해 6위, 올 시즌 7위에 머물고 있는 전자랜드는 스티븐슨을 잡으며 다음 시즌 상위권 도약을 위한 날개를 달았다. 이날 귀화 혼혈 드래프트는 스티븐슨만을 위한 행사였다. 지난 2일 열린 트라이아웃에서 스티븐슨을 뺀 나머지 혼혈선수 6명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4개 구단은 이날 모두 귀화 혼혈 선수 지명권을 포기했다.
“멍하다”며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은 유도훈 감독대행은 “장점을 살려 팀 선수들과 조합을 잘 이루는 게 숙제다. 포지션은 3번(스몰포워드)과 4번(파워포워드)에서 고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스티븐슨은 “1순위에 뽑혀서 기쁘다. 전자랜드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동생과 같이 뛰게 된 것은 또하나의 도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현장을 찾은 동생 문태영은 “고등학교 이후 같이 뛰는 것이 처음이다. 흥분되고 기쁘다”고 형을 축하했다.
안양 케이티앤지(KT&G)도 ‘대박’이 터졌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국내 선수(대학 재학·졸업예정)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에 추첨된 케이티앤지는 1라운드 2순위가 부산 케이티(KT)가 되며 1라운드 1·2순위를 모두 차지했다. 케이티앤지는 지난해 12월 케이티에 나이젤 딕슨을 내주며 케이티의 1라운드 지명권을 받기로 합의한 바 있다. 케이티앤지는 최대어로 꼽혔던 경희대 장신 포인트가드 박찬희(23·189.5㎝)를 1번으로 뽑았다. 케이티는 연세대 포워드 이정현(23·189㎝)을 2번으로 뽑아 케이티앤지에 넘겼다.
한편 이날 국내 선수(2부대학, 일반인 참가자 포함) 40명 가운데 21명(52.5%)이 프로 1군 유니폼을 입게 됐다. 2군 선수 드래프트에선 모비스에 뽑힌 김영규(27· 미국이름 케빈 반 훅)가 눈길을 끌었다. 김영규는 부산에서 태어나 생후 5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돼 미국 대학농구 2부리그 코반대에서 뛰고, 국내 무대에 도전장을 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국내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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