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호(63) 한국방송 엔(KBS N) 방송위원
여자프로농구 중계 맡은 유수호 방송위원
환갑이 훌쩍 넘은 방송인이 42년째 스포츠 중계현장을 누비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유수호(63·사진) 한국방송 엔(KBS N) 방송위원. 야구와 배구를 주로 중계하는 그가 최근에는 여자프로농구 인터넷 방송 더블유케이비엘-티브이(WKBL-TV)에서 농구중계까지 새로 맡았다.
1969년 동양방송(TBC)에 입사한 유 위원은 1980년 언론통폐합에 따라 한국방송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05년 정년퇴임했지만 스포츠 전문채널인 한국방송 엔 등에서 계속 마이크를 잡고 있다.
그는 “농구중계는 28년 만”이라고 했다. “1982년인가 원래 잠실에서 오후 6시30분부터 야구 중계를 하기로 돼 있었는데 같은 날 잠실체육관에서 오후 2시부터 농구 중계를 맡았던 아나운서가 갑자기 펑크를 냈다”며 “그런데 농구 연-고전이 판정시비가 나오는 등 지연돼서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겨우 야구장에 도착했다”고 회고했다.
대학생이던 1960년대 이미 야구 기록법을 터득할만큼 야구광이었던 유 위원은 “처음 동양방송에 입사할 때부터 스포츠 중계와 뉴스, 시사프로그램 외엔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었고, 그게 박종세, 이장우 아나운서 등 선배들의 눈에 들었다”며 “내가 기록을 잘하니까 아나운서랑 해설자 옆에 있다가 기록 이야기가 나오면 마이크를 잡곤 했다”며 돌아봤다. 그는 “당시 택시를 타면 기사들이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반가워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40년 중계 인생에서 재미있는 일화나 실수담도 많다. 가장 큰 실수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나왔다. 유 위원은 “양궁 여자개인전 결승이었는데 중계석 위치가 안 좋아서 모니터를 보면서 중계했는데 모니터도 햇빛이 들어 거의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며 “금메달 조윤정, 은메달 김수녕이었는데 그걸 반대로 중계했다. 거의 바로 수정을 했지만 다음날 일간지 사설에서 비판을 받았을 정도였다”고 했다.
국내 스포츠 중계의 산 증인인 유 위원은 “이 나이에 농구라는 새로운 종목에 도전했는데 내가 맡은 중계가 최고의 경기라는 자세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글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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