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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1등만 기억하지 않는다 ‘재미와 감동’ 입혀라

등록 2010-02-07 19:36수정 2010-02-07 23:23

여자핸드볼대표팀 오성옥이 2008 베이징 올림픽 노르웨이와의 4강전에서 석연찮은 판정 끝에 패한 뒤 코트에 주저앉아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자료사진
여자핸드볼대표팀 오성옥이 2008 베이징 올림픽 노르웨이와의 4강전에서 석연찮은 판정 끝에 패한 뒤 코트에 주저앉아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자료사진
[2010 스포츠 트렌드] ⑦ ‘승패’ 넘어 ‘감동과 이야기’로
실력 떠나 스포츠 뒷얘기에 주목
보는 경기에서 ‘참여와 소통’으로
# 지난 1일 인터넷 포털 검색어 순위에는 ‘박지성 시즌 1호골’과 함께 ‘봉산나니’가 올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팀 동료 나니가 박지성의 골에 양팔을 덩실덩실 흔들며 축하하는 모습에 누리꾼들이 봉산탈춤을 닮았다고 붙인 별명이다. ‘봉산나니’는 동영상으로 편집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 문화방송(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최근, 지난해 11월 열렸던 세계권투협회(WBA) 페더급 여자챔피언 최현미(20)의 쓰바사 덴쿠(26·일본)와의 2차 방어전을 다뤄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한-일 대결을 넘어 어려운 상황에서 복싱에 도전하는 둘의 사연은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줬다.

최근 몇년 사이 경기의 승패와 기록만큼이나, 경기 외적인 ‘감동과 이야기, 재미’의 스포츠에 대한 주목도 늘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역도 69㎏의 이배영(31)은 메달을 못 땄지만, 결승전에서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는 투혼과 특유의 환한 미소로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핸드볼)과 <국가대표>(스키점프), <킹콩을 들다>(역도)는 각각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대신 메달을 따지 못하면 죄인 취급을 하거나, 응원하는 프로팀이 질 경우 경기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모습은 많이 줄었다.


(사진 위쪽부터) ① 이배영이 베이징올림픽 남자역도 경기에서 역기를 들고 있다. ② 김현기가 지난해 9월3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키점프 대륙컵대회 K-98 경기에서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 ③ 세계권투협회(WBA) 페더급 여자챔피언 최현미(20)의 2차 방어전을 다룬 문화방송 <무한도전>의 한 장면. 연합뉴스, <한겨레> 자료사진
(사진 위쪽부터) ① 이배영이 베이징올림픽 남자역도 경기에서 역기를 들고 있다. ② 김현기가 지난해 9월3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키점프 대륙컵대회 K-98 경기에서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 ③ 세계권투협회(WBA) 페더급 여자챔피언 최현미(20)의 2차 방어전을 다룬 문화방송 <무한도전>의 한 장면. 연합뉴스, <한겨레> 자료사진
프로스포츠도 일찍부터 ‘이야기와 재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로농구 서울 에스케이(SK)는 경기 중 선수들의 익살스런 모습을 볼 수 있는 동영상과 관중이 참여하는 다양한 이벤트로 팬들을 끌어모은다. 이재호 에스케이 홍보팀장은 “팬들이 그런 부분에서 재미와 팀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원주 동부도 구단 누리집에 등록된 팬들에게 선수들의 이름으로 문자를 보내는 ‘사소한 이벤트’로 팬들을 기쁘게 한다.

선수들도 실력 외적인 면에서 화제가 되기도 한다. 프로야구 김태균(28)의 무심한 표정과 우스꽝스러운 행동은 ‘김환호, 김버럭, 김포효, 김실책, 김홈런’ 등의 별명으로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의 별명은 100개 이상을 넘어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에서 돌고 있다. 프로농구 전주 케이씨씨의 하승진(25)은 최근 케이블방송 ‘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한 ‘전태풍 탐구생활’을 자신의 누리집에 올려 농구팬들의 배꼽을 빠지게 했다. “형 이거 드시세요”같이 팀 동료 전태풍이 한국말에 서툴러 벌어지는 실수를 재미있게 표현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사회가 결과만큼 과정도 중시하게 되고, 스포츠를 둘러싼 매체환경이 달라진 것과 맥을 같이한다. 케이블 방송과 인터넷의 발달로 팬들은 원하는 스포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을 통해 중계를 보며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고, 경기 동영상을 편집해 돌려보는 모습도 익숙하다. 팬들은 단순히 ‘보는 스포츠’를 넘어 경기를 분석하고,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와 재미난 표정들을 공유하며 즐긴다. 스포츠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팬들의 욕구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를 보도하는 언론도 결과만큼 ‘감동과 이야기’에 주목해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고 재생산한다.

이창섭 교수(충남대 체육교육학과)는 “사회적(대중적) 관심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결과 못지않게 ‘이야깃거리’(story telling)가 있어야 되는 전반적인 변화 때문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스포츠도 이야깃거리, 재밋거리가 관전포인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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