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쇼트트랙 이정수(21·단국대)가 한국 대표팀에 밴쿠버 겨울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겼다.
이정수는 14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로세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17초611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배 이호석(24)과 성시백(23)을 제치고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순간이었다.
준준결승과 준결승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최상의 컨디션으로 결승에 올라온 이정수는 경기 중반 6바퀴째를 지나며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28)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였다. 오노를 조금씩 앞서가던 이정수는 결국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앞으로 치고 나가며 ‘금빛 질주’를 마무리했다. 성시백과 이호석도 ‘동생’의 활약에 지지 않으려는 듯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오노를 차례로 제쳤다. 한국 선수들이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할 기세였다.
하지만 결승선을 남겨 놓은 마지막 코너에서 성시백과 뒤를 따르던 이호석의 몸이 부딪히는 일이 발생했다. 이호석이 좁은 안쪽 공간을 파고들며 성시백을 제치려는 순간 몸이 스치며 균형을 잃은 것이다. 이정수가 금메달의 기쁨을 확인하는 가운데 두 선수는 엉켜 넘어진채로 얼음판에서 미끄러졌다. 결국 성시백은 5위로, 이호석은 실격처리됐다. 덕분에 오노와 제이알(J.R) 셀스키(20·미국)가 어부지리로 은,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정수는 경기 뒤 “마지막에 치고 나가는 경기 스타일이 아니라서 처음부터 선두권에 뒤지지 않고 따라서 갔다”며 “최선을 다하면 된다라고 생각했는데 금메달을 따서 기분좋다”고 수줍게 소감을 밝혔다. 두 선수의 충돌에 대해서는 “결승선 통과 뒤 한 바퀴 돌고 형들 넘어진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노의 몸싸움이 오늘 심했다. 불쾌해서 같이 시상대에 올라서도 표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며 “심판이 못보면 반칙은 아니다”고 오노에 대한 불쾌감도 드러냈다.
앞서 열린 여자 3000m계주 준결승에선 조해리(24), 이은별(19), 박승희(18), 김민정(25)이 출전해 조 1위로 결승에 올랐다. 여자 500m 1회전에 출전한 조해리(24)와 이은별(19), 박승희(18)도 나란히 조1위로 준준결승에 올랐다.
한편 이날 사이프러스마운틴에서 치러진 여자 모굴 스키에 출전한 서정화(20)는 27위 중 21위에 머물러 20명까지 갈 수 있는 결승전 진출에 실패했다. 모굴 스키 금메달은 미국의 한나 안젤라 커니(24)가 차지했다. 밴쿠버/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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