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찬란’ 김연아의 4분7초
프리스케이팅 150.06점에 미국 분석가 찬탄
점프·스핀·스텝 등 완벽 소화…압도적 1위
프리스케이팅 150.06점에 미국 분석가 찬탄
점프·스핀·스텝 등 완벽 소화…압도적 1위
26일(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엄에 가슴 떨리는 승부는 없었다. 압승이었다. 김연아(20·고려대1)가 초반 3가지 점프를 성공하는 순간 승부의 추는 이미 기울어져 있었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7가지 점프, 3가지 스핀, 그리고 스텝·스파이럴 시퀀스 등 12가지 기술요소를 소화했다. 이날 뛴 기술요소의 기본점수는 60.90점. 연기의 완성도에 따라 심판들이 매기는 수행점수(가산점)는 무려 17.40점이나 챙겼다. 그만큼 무결점의 완벽한 연기였다는 뜻이다. 17.40점은 프리스케이팅 이전 최고기록(133.95점, 수행점수 12.6점)을 세웠던 2009~2010 그랑프리 1차 대회 때보다 4.80점이나 높은 수행점수다. 당시 김연아는 두번째 점프였던 트리플 플립(기본점수 5.50점)을 뛰지 못하고도 세계기록을 세운 바 있다.
김연아는 편안한 표정과 더불어 우아한 연기로 프로그램 구성점수(예술점수)에서도 참가 선수들 중 유일하게 70점대(71.76점)를 받았다. 안무 8.95점, 연결동작 8.60점, 해석 9.10점, 연기력 9.15점, 스케이트 기술 9.05점. 쇼트프로그램 때는 예술점수에 다소 박했다는 일부 평가가 있었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제대로 된 점수를 받았다. 김연아는 2009년 세계선수권 때 68.40점, 2009~2010 그랑프리 1차 대회 때 66.40점의 예술점수를 받았다.
체력도 한몫했다. 김연아는 한때 프리스케이팅 연기 후반부로 가면 스피드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체계적인 훈련과 컨디션 조절로 이를 극복하면서 프리스케이팅 4분7초 연기 동안 한결같은 스피드를 유지하며 모든 연기를 깔끔하게 마칠 수 있었다. 연기 시작 2분여 만에 뛴 6번째 점프인 트리플 러츠(기본점수 6.60점)에서 수행점수를 2.0이나 받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에서 받은 150.06점을 이번 대회의 남자 싱글 경기에 대입하면, 전체 9위에 해당하는 점수다.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의 경우, 여자 싱글보다 점프 하나를 더 뛴다는 것을 고려하면 여자 싱글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점수가 김연아의 손끝과 발끝에서 나온 셈이다. 현지 라디오 중계를 하던 미국의 스케이팅 분석가 제이미 맥그리거가 김연아의 연기 직후 “만일 이것이 트랙이나 필드 경기였다면 우리는 방금 100m 경기에서 8초대 기록이 나온 경기를 본 것”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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