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맹 선거과정 우징궈 회장에 등돌려 ‘미운털’
복싱계 내분 얽히고 설켜…30일 새회장 선출 주목
복싱계 내분 얽히고 설켜…30일 새회장 선출 주목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이 국제복싱연맹(AIBA)으로부터 ‘제명’ 직전까지 갔다가 대한체육회가 나서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출전 길은 열렸지만 복싱계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한국은 왜 국제연맹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오는 30일 선출되는 새 회장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 국제연맹과의 갈등 배경 발단은 2006년 우징궈 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20년 넘게 세계 아마추어 복싱계를 쥐락펴락했던 안와르 초드리(파키스탄)가 맞붙은 국제복싱연맹 회장 선거다. 당시 유재준 대한복싱연맹 전무는 초드리를 지지했지만 선거 결과는 우징궈의 4표 차 승리였다. 그런데 지난해 1월 유 전무가 대한복싱연맹 회장에 당선되자 우징궈의 ‘보복’이 시작됐다. 지난해 5월 아르메니아 세계주니어복싱선수권대회 때 “무자격 팀 닥터를 보냈다”는 이유로 국제연맹은 유 회장에게 자격정지 18개월의 중징계를 내렸고, 6월에는 한국의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을 금지했다. 9월 이탈리아세계선수권대회도 국제연맹의 반대로 간신히 출전했다. 복싱연맹은 국제연맹의 압박에 못 이겨 지난해 12월 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갔고, 지난 9월9일에는 유 회장이 완전히 물러났다. 하지만 국제연맹은 압박 수위를 높이다가 ‘회원자격 박탈’까지 거론했다. 유 회장은 물러났지만 유 회장을 따르는 집행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실질적인 이유다. 이는 11월 국제연맹 새 회장 선거에 재선을 노리는 우징궈가 한국을 확실히 길들이겠다는 의도다.
■ 국내 복싱계의 내분 표면적으로는 우징궈 회장과 유재준 전 회장의 갈등이 부각됐지만 실제로는 국내 복싱계 내분이 얽혀 있다. 국내 복싱계에선 유 전 회장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 국제적으로는 초드리의 아성을 무너뜨린 우징궈 회장 지지 세력이다. 복싱계와 인연은 없는 사람이지만 현재 국제복싱연맹 사무국장도 한국인 ㄱ씨다.
복싱연맹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손을 놓은 뒤 10년 넘게 내분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복싱계 한쪽에선 김 회장이 다시 복싱연맹 회장을 맡아주길 원하고 있다.
■ 새 회장은 누구? 대한체육회는 당장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하자 뒤늦게 ‘발등의 불 끄기’에 나섰다. 복싱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해 집행부를 해산시켰다. 사실상 ‘백기’를 들고 우징궈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체육회는 24일 새 회장 후보등록을 마감한 뒤 30일 새 회장을 뽑는다. 후보 등록 하루 전인 23일까지 하마평만 무성할 뿐 정작 후보로 등록한 이는 없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한화그룹 쪽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경재 고문은 “복싱에 대한 한화그룹의 애정은 변함이 없지만, 지금은 다른 지도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 지지하는 인물과 유 전 회장 쪽 인물의 2파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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